손아섭(NC)와 노시환(한화)은 올 시즌 중에도 ‘디스전’을 펼치면서 견제했다. 그만큼 절친한 사이이기에 가능한 ‘디스전’이었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응원하는 서로에게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노시환이 올해 30홈런을 앞두고 29홈런에 머물러 있을 때, 손아섭이 ‘저주 아닌 저주’를 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노시환은 8월19일 KT전 29번째 홈런을 기록한 뒤 7경기 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결국 9월 2일 잠실 LG전에서야 30홈런을 달성했다.
노시환은 당시 “손아섭 선배 때문에 아홉수가 길어졌다. 나는 아홉수 생각도 안했는데 아섭 선배가 아홉수라고 하면서 문자를 보냈다. 2주 정도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생각을 안하려고 해도 계속 생각이 났다”라고 말하며 선배의 지독한 사랑(?)에 혀를 내두른 바 있다.
2023시즌, 손아섭과 노시환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손아섭은 올해 17년차에 첫 타격왕에 올랐다. ‘안타 기계’의 명성과 달리, 유독 타격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3년과 2020년, 타격 2위에 올랐던 게 전부였다. 그러나 올해 140경기 타율 3할3푼9리(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 14도루 OPS .836의 성적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노시환은 올해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OPS .929의 성적을 거뒀다.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까지 참석하면서 국가대표 4번 타자의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해 이기도 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자주 마주치고 있다. 7일 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은선협)이 주최하는 ‘2023 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서 최고의 선수상을 받은 손앟섭은 “(노)시환이가 더 큰 상을 받고 제가 계속 한 단계 낮은 상을 받게 되더라”라고 웃으면서 “오늘처럼 최고의 선수상을 많은 시상식에서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노시환과 함께 영광의 자리에 자주 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환이는 자신감을 빼면 시체인 친구다. 하지만 시환이가 저번 시상식에서 도발을 하던데 그래서 ‘이번 생애에는 날 못이긴다”라는 얘기를 해줬다”라고 도발에 응수했다.
노시환은 지난 4일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다음 목표는 타격왕이다. 손아섭 선배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손아섭이 대응을 한 것.
그러자 노시환도 다시 지지 않았다. 노시환은 “1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지금 바로는 내가 기록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아섭 선배님은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려고 하신다. 대단하신 선배님이다”라면서도 “나는 아직 어리다. 선배님의 24살때와 지금을 같은 비교선상에 놓고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손아섭은 언제나 장타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 올해 비시즌에도 장타력 증가라는 목표를 안고 비시즌 훈련에 임할 예정. 지난해 효과를 봤던 ‘강정호 아카데미’도 한 번 더 찾아갈 예정이다.
이에 노시환은 “저는 타율에 욕심이 난다. 타율까지 좋으면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다”라면서 “아섭 선배님이 타격 타이틀을 계속 유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홈런은 욕심 안 내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면서 되받아쳤다.
그래도 노시환은 손아섭이라는 대선배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는 “손아섭 선배님과 야구적인 얘기를 해보면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제가 많은 선수들한테 타석에서 어떤 생각으로 치는지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는데 대부분 자신만의 존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선배님은 정말 공보고 공치기를 하신다. 천재성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