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포수 달라고 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이런 말을 듣기 힘들었던 KIA 타이거즈였다. 수년 째 포수 리스크에 시달리며 여기저기 포수 트레이드를 추진했던 팀이었다. 2023시즌을 마치자 이제는 거꾸로 포수 트레이드를 요청받고 있다. 그만큼 포수뎁스가 두터워졌다는 의미이다. 포수 리스크는 옛말이 되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포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여기저기서 우리 포수를 달라고 한다. 요즘 우리 포수들이 인기가 많다"며 웃었다. 이어 "아직은 우리 팀이 미래를 보고 포수진의 뎁스를 두텁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응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KIA는 최근 2년동안 주전 포수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022시즌 초반 키움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신인 2라운드 지명권까지 주는 대출혈을 감수했다. 박동원은 5강행에 힘을 보탰으나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와 65억 원의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박동원의 유출이 확실시되자 다시 키움과 협상을 통해 주효상을 영입했다.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었다. 한승택과 주효상 체제로 2023 시즌을 맞이했으나 1할대의 타격부진에 수비까지 흔들렸다. 부상까지 당하며 모두 1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퓨처스팀 포수 신범수와 김선우를 콜업해 근근히 버텼다.
6월 말부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전역후 20kg를 감량하고 복귀한 2018 1차 지명포수 한준수가 콜업을 받은 것이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개막을 맞았다. 신범수와 김선우가 1군에 올라가자 꾸준히 퓨처스 포수로 출전하면서 수비와 타격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6월25일 1군에 승격하더니 7월5일 SSG 랜더스와 인천경기에 선발마스크를 쓰고 홈런과 2루타 포함 3안타와 3타점 맹활약으로 이름을 알렸다.
KIA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 협상을 통해 내야수 류지혁을 주고 베테랑 포수 김태군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태군은 공수에서 주전포수로 자신의 몫을 했다. 한준수 역시 공수에서 존재감을 보였고 제 2의 포수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태군-한준수 체제가 새롭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KIA는 김태군과 3년 25억 원에 다년 계약을 맺었다. 포수 리스크를 깔끔하게 지운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KIA는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경기고 주전포수 이상준을 3라운드에 지명했다. 이상준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백스크린 최상단을 맞히는 괴력의 장타력을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안정된 포구와 총알송구로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미래의 주전포수로 예약했다. 새해 1월에는 현역병으로 입대한 권혁경이 전역하고 복귀한다. 2021시즌 데뷔전에서 2-0 완봉을 이끈 포수이다.
마무리캠프 도중 2차 드래프트에서 신범수가 SSG의 지명을 받아 떠났지만 기존의 한승택과 주효상이 버티고 있어 포수 뎁스가 두터워졌다. 내년부터 1군 주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1군 경험에 마무리캠프에서 기량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한준수는 주전까지 노리고 있다. 백업 자리를 놓고 포수들의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아직은 포수 왕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젊은 포수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포수 근심이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