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저한테 고마워해야 합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 10월 귀국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적응이 쉽지 않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행여나 나 때문에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문이 막히면 어쩌나‘라는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하성은 “첫해 안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팅으로 나갈 때 어린 나이였고 금액도 많이 받고 갔는데 좋은 성적이 안 나서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라며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갖고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빅리그 3년차인 올해 각종 부문 커리어하이와 함께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품었다. 3년 만에 비로소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이 김하성의 덕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하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나도 결국에는 메이저리거 선배들의 덕을 봤다. 그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이제 이정후가 나한테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친한 동생에게 생색(?)을 냈다.
그러나 김하성의 농담 섞인 생색은 실제 미국의 시선이었다. 김하성의 성공을 통해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중견수 포지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한국의 스타플레이어인 이정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정후의 차기 행선지로 샌프란시스코를 언급했다.
MLB.com은 “일본의 인기스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윈터미팅에서 화제의 중심이 됐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외야수가 필요한 구단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는 또 다른 국제 자유계약선수가 있다”라며 “샌프란시스코는 2022년 KBO리그 MVP를 수상하고 7시즌 통산 타율 3할4푼을 기록한 이정후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피트 푸틸라 단장이 이정후의 고척스카이돔 고별전을 직접 찾는 등 이정후에게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팀이다. 푸틸라 단장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멋진 여행이었다. 이정후가 한 타석에서 6~7회 정도 스윙을 했고,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정후를 직접 본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김하성의 활약이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수요 증가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MLB.com은 “이정후의 전 히어로즈 동료였던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의 성공 이후 엘리트 컨택 기술과 수비력을 보유한 이정후의 올 겨울 수요가 늘어났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거 수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그랬듯 이정후 또한 적응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낯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MLB.com은 “KBO리그는 타자 친화적인 리그다. 이정후가 거기서 좋은 기록을 냈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정후의 힘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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