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싸움이었다. NC 다이노스는 할만큼 했다.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에릭 페디는 결국 1시즌 만에 KBO를 떠난다. ESPN의 제프 파산 기자 등 미국 현지 얺론들은 6일(이하 한국시간)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197억 원) 계약에 동의했다. KBO리그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의 기록을 남겼고 올해 MVP를 수상했다’라고 보도했다.
페디는 올해 리그를 지배한 투수였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선수였지만 논텐더 방출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NC의 빠르고 끈질긴 구애가 페디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결국 페디는 올해 NC 유니폼을 입었고 자신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될만한 기념비적인 기록을 만들었다. 올해 정규시즌 MVP는 페디의 몫이었다.
페디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180⅓이닝 40자책점), 209탈삼진 WHIP 0.95, 퀄리티스타트 21회 등의 괴물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역대 4번째 트리플크라운 투수로 이름을 남겼고, 20승과 209탈삼진으로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러한 페디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컸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팔꿈치 어깨 등에 피로 증세가 쌓이면서 1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NC를 정규시즌 4위로 이끈 핵심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리그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만들었다. 메이저리그가 페디를 가만히 놔둘리는 만무했다.
NC도 올해 페디가 팀의 주역이었던 만큼 페디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있고 쩐의 전쟁이 펼쳐지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최선의 조건을 내걸었다. 임선남 단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오퍼를 하고 기다린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하면서 “어떤식으로 오퍼를 할 지는 정했다. 제안을 하고 페디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라고 했다. 다년계약이 포함된 역대 최고액 수준의 오퍼였다.
페디는 지난달 27일 KBO 시상식에 참석해 NC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또 NC와도 계약 협상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린 끝까지 형제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강인권 감독님과 코치님들,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하다”면서 "창원이란 도시에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많은 시민들이 도움을 줬다. 앞으로 어디에 가든 창원은 내게 제2의 고향일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이었다.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선수들도 첫날부터 나를 반겨줬다. 결국 형제 같은 존재가 돼 기쁘다”고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의 형제인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페디는 NC와 재계약 가능성에 대해 "NC와 먼저 얘기를 하고 다른 팀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가족이 우선일 것이다. 당연히 NC도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 NC는 수많은 팀 중 매우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진심이었다. 1500만 달러, 한화로 2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하면 아무리 NC가 최선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총액 400만 달러의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도 페디의 잔류에 걸림돌이었다. NC가 말한 최선의 조건은 400만 달러 이내의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도 감안했어야 하기 때문에 페디에게 한정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던 싸움이었고 NC로서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페디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페디는 이로써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투수들 가운데 최고 보장액 계약을 따낸 선수가 됐다. ‘MLB트레이드루머스’도 ‘페디는 한때 많은 관심을 받은 유망주였지만 빅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냈다. 올해 FA 시장에서 흥미로운 와일드카드가 됐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메릴 켈리(2019년 애리조나, 2+2년 최대 1450만 달러), 조쉬 린드블럼(2020년 밀워키 브루어스, 3년 912만5000달러), 크리스 플렉센(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 2년 475만 달러)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이들의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계약을 따냈다.
한편, 화이트삭스는 최근 선발진을 재편 중이다. 올해 7승9패 평균자책점 4.58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한 딜런 시즈의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시즈는 2년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시즈로 유망주들을 받고 페디로 선발진의 공백을 채우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