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이번 한국시리즈는 유독 찐했다. 전율이 느껴지는 승부가 거듭된 덕분이다. 특히 3차전(수원 kt위즈 파크)이 기억에 생생하다. MVP를 탄생시킨 게임이었다.
9회 초. 오지환의 3점 홈런이 터졌다. 스코어는 8-7로 뒤집혔다. 돌아선 9회 말이다. 트윈스의 마무리 고우석이 첫 타자(알포드)를 삼진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사건이 벌어졌다. 대타 김준태와 승부 때였다. 카운트 2-1에서 4구째 직구가 높은 코스로 갔다. 존을 벗어난 공이다. 그런데 타자의 배트가 끌려 나간다. 중간에 멈췄지만 미심쩍다. 구심(전일수)이 3루심(최수원)에게 의견을 구한다. ‘(배트가) 돌아갔다’는 시그널이 나온다.
타자가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벤치도 발칵 뒤집혔다. 이강철 감독이 득달같이 달려 나간다. 항의가 길어지자(혹은 거친 말이 섞였다는 얘기도 있다), 심판이 결단을 내린다. “퇴장”.
이 경기는 KBS TV가 중계했다. 김준태의 동작은 느린 화면으로 재생됐다. 두 해설위원 윤희상과 박용택은 모두 “스윙이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생중계 중에 판정이 잘못됐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하는 일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만큼 분명하게 구분된다는 얘기다. (김준태는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 판정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다. 여러 매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역대급 명승부에 오점이 남겨진 순간이다.
거친 말은 걸러내고, 격앙된 반응도 정리해 보자. 결국 주장은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한다. ‘체크 스윙은 왜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혹은 ‘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유독 판정 시비가 자주 벌어지는 항목이 몇 개 있다. 체크 스윙이 그중 하나다. ‘배트가 돌았냐, 안 돌았냐’. 그걸 놓고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진다. 타자의 입이 댓 발 나오고, 감독은 펄쩍펄쩍 뛴다. 하지만 해결책은 없다. 한번 내려진 판정은 요지부동이다. 억울함은 구제될 방법이 없다.
과연 계속 이러는 게 맞는 것인가. 따져볼 일이다.
비디오 판독은 12가지 항목에 대해 시행 중이다. ▶태그/포스(아웃, 세이프) ▶홈런 ▶페어/파울 ▶몸에 맞는 공 ▶포구(파울팁 포함) ▶충돌 ▶3피트 ▶3 아웃 이전의 득점 ▶누의 공과 ▶선행주자 추월 ▶ 태그업 ▶ 파울/헛스윙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는 주장이다.
반대의 논리는 몇 가지다. 스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너무 자주 나오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MLB나 NPB에서도 판독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주장이다. 즉, 심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 비디오 판독을 할 경우 효용성을 따져야 한다. ‘재생 화면을 통해 구분이 되느냐’ 하는 문제다.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시행되는 항목 중 시각적 난이도가 높은 것도 있다. ▶몸에 맞는 공 ▶포구(파울팁 포함) 같은 판정은 공이 타자 몸이나 배트에 스쳤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저배속 리플레이를 통해서도 어려울 때가 많다.
이에 비해 체크 스윙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카메라 각도만 잘 잡히면 느린 화면으로 충분히 구분된다. 김준태 타석의 경우처럼 TV 해설자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웬만한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래도 애매하다면? 그럼 비디오 판독의 원칙을 따르면 된다. ‘원심이 틀렸다는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판정은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걸리는 것은 주관에 대한 문제다. 스트라이크 존과 마찬가지로, 스윙이냐 아니냐는 심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판정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심판과 판정의 권위는 모든 스포츠의 근간이다.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논리도 달라져야 한다. KBO는 내년 시즌부터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제 로봇 심판(혹은 AI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하게 된다. ‘심판의 주관’을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체크 스윙만을 구시대의 영역에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이미 체크 스윙을 비디오 판독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은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비시즌 동안 열리는 감독자 회의 등을 통해서였다. 주로 선수나 감독, 코치 등 현장에서는 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했지만, 매번 벽에 부딪혔다. 부디 이번 겨울에는 조금 더 진전된 결론을 얻기 바란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