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메이저리그 선배이자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빅리그 생존 비결을 물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국위 선양 중인 김하성과 배지환은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하성은 2023시즌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해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커리어하이를 썼는데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다.
이와 더불어 올해도 견고한 수비력을 뽐내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아시아 두 번째 골드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아시아 최초는 일본인 스즈키 이치로로, 2001~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10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김하성은 수상 후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미국 생활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골드글러브라는 상이 날 더욱 발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후에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 만에 성공시대를 연 비결에 대해선 “이전 성적이 워낙 안 좋아서 그거보다 잘하면 커리어하이가 됐다”라고 웃으며 “항상 작년보다 반 발이라도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노력했다. 그 부분이 잘 이뤄졌고 내년에도 반 발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하성은 “올해 KBO리그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는데 하이라이트, 뉴스는 꾸준히 봤다. 노시환(한화), 이정후(키움), 김혜성(키움) 등 어린 선수들이 잘해줘서 뿌듯하고 그들이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꿈을 갖고 메이저리그에 하루 빨리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는 오는 2024시즌 LA 다저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을 미국이 아닌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다. 김하성은 “나 또한 너무 기대가 된다. 우리 팀 선수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똑같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러 와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보고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배지환은 고난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지난해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2년차인 올해 111경기 타율 2할3푼1리 2홈런 32타점 24도루 활약하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배지환은 “첫 풀타임 시즌이었는데 힘들고 어려웠다. 한국에서 야구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갔는데 이렇게 특별한 상을 챙겨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배지환은 김하성과 메이저리그 맞대결과 관련해 지난 6월 28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를 회상했다. 당시 김하성과 배지환의 코리안더비로 기대를 모은 가운데 김하성은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반면 배지환은 6회 주심의 볼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배지환은 “샌디에이고와 피츠버그 경기할 때 한국인 두 선수가 있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내가 그날 퇴장을 당했다. 내년에 또 기회가 된다면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배지환은 시상식 무대에 함께 선 메이저리그 선배 김하성에게 “생존 비법이 궁금하다”라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이에 “한국인 근성으로 악착 같이 달라붙어 있었다”라며 “배지환과 같이 경기도 해보고 몸으로 부딪쳐 봤는데 너무 좋은 선수다. 한국에서 안 뛰어봤지만 한국에 있었어도 최고의 선수가 됐을 것이다. 내년에 (배)지환이가 도루왕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라고 후배의 활약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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