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서 청춘을 보냈던 베테랑 3인방이 KT 위즈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도합 114세 트리오의 2024시즌 낭만야구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 위즈는 지난달 22일 개최된 2023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사이드암투수 우규민(38)을 지명했다. LG 트윈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대 시절을 함께 보낸 박경수(39), 박병호(37), 우규민 트리오의 재결합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박경수는 “정말 신기한 게 우리가 몇 년 전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년이라도 같이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그런데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너무 기쁘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우)규민이가 우리 팀에 온 게 우리도 그렇고 규민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투수 파트에 안영명 은퇴 이후 베테랑이 없었는데 규민이가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라고 절친의 KT행을 반겼다.
박경수, 우규민, 박병호 모두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LG의 떠오르는 희망이었다. 성남고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 휘문고 우규민은 같은 해 2차 3라운드 19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2년 뒤 성남고 박병호가 2005년 LG 1차 지명으로 합류했다. 박경수는 당시 거포 2루수, 우규민은 특급 잠수함, 박병호는 홈런타자가 될 재목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LG 암흑기를 함께 보낸 3인방은 박병호의 이적으로 해체를 맞이했다. 박병호가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고, 이어 박경수가 2015년 KT와 4년 18억2000만 원, 우규민이 2017년 삼성과 4년 65억 원에 각각 FA 계약하며 서로 다른 소속팀에서 커리어를 보냈다. 박경수가 KT 간판스타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박병호가 2022년 3년 30억 원에 KT와 FA 계약한 뒤 우규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KT 선택을 받으며 마침내 3인방이 다시 뭉치게 됐다.
박경수는 “2차 드래프트 당시 규민이가 지명되고 ‘경수야 됐어!’라며 막 소리를 지르더라. 100% 공감했던 게 만일 35인에서 풀려 있는 상태에서 안 뽑혔으면 그게 더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라며 “우리 팀에 사이드암 투수가 부족한 상태였고, 규민이가 이강철 감독님과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규민이의 제구력과 (장)성우의 리드를 합치면 1이닝이 금방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규민이가 ‘이 집에서 살면 너희 집이랑 가깝냐’, ‘원정 갔다가 늦게 오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 등 별 이상한 이야기를 다하더라. 우리 나이에 맞지 않게 철없던 20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많이 느꼈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했다. 일단 만나서 다시 말하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현역 연장을 확정한 박경수는 오프시즌 개인 훈련과 더불어 우규민의 거처 마련이라는 또 하나의 미션이 생겼다. 박경수는 “규민이 집을 같이 알아봐줄 것이다. 수원을 온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라고 웃으며 “규민이가 계속 캡처해서 뭘 보낸다. ‘여기가 너희 집이랑 가깝냐’, ‘걸어갈 수 있냐’ 등 KT에 온 걸 너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트리오의 막내 박병호 또한 우규민과의 재회를 반겼다. 박병호는 “(박)경수 형과 오랜만에 같은 팀이 돼서 좋았는데 (우)규민이 형까지 오게 돼 너무 반가웠고, 전화를 먼저 했다”라며 “어렸을 때 좋은 추억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 최고참급이 돼서 다시 만났다. 야구할 날이 얼마 안 남은 선수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2024시즌 형들과의 낭만야구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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