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한·미·일 통산 522세이브라는 전인미답 기록를 써내려가는 ‘리빙 레전드’ 오승환(41)이 내년 시즌을 준비하며 전한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한 오승환. 그는 올해 만 41세의 나이에도 58경기(62⅔이닝) 4승 5패 2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3.45을 기록했고 지난 10월 14일 SSG전에서는 1⅓이닝 2볼넷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년 입단 3년 차에 최소 경기 및 최단 시즌 100세이브 달성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1년 최소 경기 및 최연소 기록을 동시에 경신하며 각각 150세이브, 200세이브를 완성했다. 특히 334경기 만에 달성한 200세이브는 최소 경기 세계 신기록이었다.
오승환은 250, 300, 350, 400세이브 모두 KBO리그 최초로 달성하며 세이브 부문에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을 만들어갔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무려 6년 동안 해외 진출로 KBO리그를 떠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세이브를 쌓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한·미·일 통합 500세이브라는 기록을 써냈고 10월 14일 SSG와의 홈 최종전에서 대망의 4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삼성은 지난 10월 22일 FA 시장에 나온 마무리투수 김재윤과 4년 총액 58억원에 계약했다. 김재윤은 3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한 특급 마무리투수다. 김재윤이 오면서 ‘끝판대장’ 오승환이 마무리투수를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승환은 “김재윤이라는 좋은 마무리투수가 왔기 때문에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선수가 오면서 팀이 강해지고 불펜이 강해질 수 있다. 우리 팀이 항상 가장 큰 문제로 불펜을 지적받았다. 나는 우리 팀이 1승이라도 더 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 단장님께도 그런 이야기를 드렸다. 보직은 감독님이 정해주시겠지만 몇 회가 됐든 어디에 나가든 팀이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매번 삼성팬분들께 거짓말 같은 약속을 드리는 것 같다”라며 고개를 숙인 오승환은 “지금 몇 년째 그러고 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팀이 더 많이 이겨야한다. 마무리투수 보직에 대한 고집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팀 승리를 강조했다.
오승환은 “FA와 나이가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팀과 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이 없었다면 오승환이라는 선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욕심이 남아있다. 그래서 좋은 성적도 다시 내고 싶고 마지막에 한 번은 정말 삼성이 1등을 할 수 있는, 그리고 나도 나이 이야기가 들어갈 정도로 좋은 시즌을 한 번은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내년 시즌 각오를 전했다.
삼성의 FA 마무리투수 영입에도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전한 KBO리그 역사상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오승환의 팀 라이온즈를 향한 각오가 ‘리빙 레전드’ 다운 울림을 준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