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4일 대만 타이페이돔에서 열린 제3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개막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타이페이돔 공식 개장 경기였다.
한국은 선발 신헌민(SSG)이 2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우강훈(롯데)이 3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분전했다. 그러나 타선이 대만 마운드에 4안타로 틀어막히며 영패를 면하지 못했다. 8번 포수로 선발 출장한 김성우(LG)가 3타수 2안타로 체면 치레를 했다.
대만 선발 투수인 쉬러시(23)에게 완벽하게 당했다. 쉬러시는 이날 7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한국 타선을 잠재웠다.
쉬러시는 대만이 자랑하는 우완 강속구 유망주다. 2019년에 열린 대만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당시 재창단한 신생팀 웨이취안 드래곤스에 지명을 받았다. 2020년 데뷔 시즌, 2군에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에 몰두했다.
2021년 1군에 올라온 쉬뤄시는 센세이션한 데뷔전을 치렀다. 3월 17일 열린 중신 브라더스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 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이름을 알렸다. 최고 154km의 공을 뿌리면서 데뷔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11개의 탈삼진을 뽑은 최연소 투수로 대만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이 해 20경기(19선발) 81이닝 3승7패 평균자책점 3.11, 98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피홈런을 1개도 내주지 않으며 2000년 이후 8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피홈런 없는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1년 만의 대기록 주인공이 됐다.
다만 180cm 76kg의 투수로서는 다소 작은 체구 때문에 언제나 부상에 노출됐다. 소속팀 웨이취안은 쉬러쉬를 특별 관리했다. 2021년 데뷔 시즌 투구수와 이닝을 제한했고 2022년에도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지면 철저한 투구수 관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2022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2022년을 통째로 건너뛰었다.
올해 8월 말에 복귀한 쉬뤄시는 5경기 등판해 15⅓이닝만 투구했다. 10피안타 18탈삼진 2볼넷으로 구위는 여전했다. 그리고 올해 대만시리즈에서 2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0.82(11이닝 1자책점) 11탈삼진 무4사구의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시리즈 패배 위기에 몰린 6차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웨이취안은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24년 만의 대만시리즈 우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쉬뤄시는 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유망주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팬그래프에서 작성한 아시아 선수들을 비롯한 해외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에도 쉬뤄시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다. 매체는 ‘토미존 수술로 2022년은 피칭을 못했다. 2023년 시즌 후반에 돌아왔을 때, 정규시즌 종료 시점까지 대략 15이닝을 던졌고 구위는 완전히 돌아왔다’라면서 ‘평균 3이닝 동안 94~96마일(151~154km)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3가지의 다른 구종을 섞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상 전이었던 신인 시즌에 엄청난 구속을 보여줬기 때문에 커맨드와 변화구를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2023년 돌아왔을 때는 느린 커브 뿐만 아니라 80마일대 중반의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레벨업 한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그의 투구폼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불펜 투수로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쉬뤄시가 건강하게 4가지의 좋은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재평가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라며 장차 선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한편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대만의 유망주 투수들의 구위에 철저하게 눌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과 결승전 선발로 등판한 좌완 투수 린위민은 올해 MLB.com 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에서 애리조나 전체 4위에 올라 있는 유망주로 현재 더블A 레벨까지 콜업됐다. 마이너리그 통산 38경기 177⅔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3.50, 231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9이닝 당 탈삼진이 무려 11.7개에 달한다. 한국과의 예선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린위민을 상대로 한국은 설욕했지만 5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선보였다.
아울러 한국전 2경기 모두 등판했던 류즈롱도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의 우완 강속구 투수로 한국 선수들이 역시 고전했다.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언제나 복병이었고 또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때처럼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대만 야구, 특히 투수진의 전력은 복병이 아니라 한 수 위라고 봐야 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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