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K리그 역사에 사건이 발생했다. 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B 최종전, 강원FC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수원 삼성과 강등권 다툼을 펼치고 있었던 수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1-1로 비겼다. 결국 8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수원FC와 승점 동률이 됐지만 다득점에서 밀리며 12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도약을 노렸지만 수원 삼성은 다이렉트 강등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1995년 창단하면서 후발주자로 K리그에 합류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슈퍼스타들을 끌어 모으면서 ‘레알 수원’이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최고를 지향하는 그룹의 기조는 축구에서도 이어졌고 후발주자였지만 K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5회 등 굵직한 업적을 세우며 명문 구단 반열에 올라섰다.
‘레알 수원’이었던 과거의 영광이 잊혀져 가고 있을 때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역시 과거 ‘돈성’으로 불리면서 최고의 선수들을 거액의 금액으로 거침없이 영입하던 시절의 모습은 점점 사라졌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우승 4연패를 하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KBO리그 최강팀이자 왕조로 불렸던 삼성이었지만 2014년 제일기획이 운영 주체가 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하면서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대업을 완성했다. 통합 우승까지는 실패했지만 삼성의 몰락이 이렇게 급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8시즌 동안 7시즌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21년 막판까지 정규시즌 1위 경쟁을 벌였지만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당시 왕조를 향해 나아가던 두산에 업셋을 당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허무하게 마무리 해야 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굴욕이 여기서 끝일까. 추락의 마침표를 찍기 보다는 여전히 이들에 대한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다. 일단 수원 삼성은 당장 2부 리그에서 다시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험난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투자는 전무하고 지원도 열악해졌다. 구단 운영의 방향성과 일관성도 낙제라는 평가다. 올 시즌에는 이병근 감독으로 시작해 경질한 뒤 김병수 감독을 앉혔고 또 경질했다. 결국 구단은 강등 위기에 손을 내밀었던 인물은 염기훈 플레잉코치였다. 여전히 선수 신분이기도 했던 염기훈 플레잉코치는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끝내 강등을 막지 못했다.
기업구단이라고 곧바로 승격하는 것도 아니다. 부산 아이파크는 기업구단 최초로 2015년 2부리그로 강등 당한 뒤 8년 째 1부리그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수원 삼성도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때 최신식 2군 시설이었던 경산 볼파크는 이제 낙후된 시설이 됐다. 육성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원태인 이재현 김현준 김성윤 김지찬 등의 유망주들이 튀어나오면서 미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임하며 쇄신을 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