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초반 굵직한 선수들의 계약이 이어졌고, 이제 잠시 소강 상태다. 미계약자 중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투수 임찬규의 협상이 관심을 모은다. 차명석 LG 단장과 임찬규의 에이전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의 힘겨루기다.
차명석 단장은 임찬규를 비롯해 함덕주, 김민성 등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를 모두 붙잡을 것이라고 했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왕조’ 시기를 만들려면 모두 필요한 자원들이다.
임찬규는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임찬규는 23경기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기 때문. FA 재수를 선택했다.
임찬규는 올해 젊은 선발 투수들에 밀려 롱릴리프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3~5선발로 낙점받은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이 시즌 초반 모두 부진,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임찬규가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됐다.
임찬규는 4월 중순부터 선발 투수로 뛰었고, 30경기(26선발)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개인 최다승이자, 올 시즌 국내 투수들 중에서 최다승 기록을 세우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FA 재수를 한 것이 성공적이었다. 내년 LG는 임찬규가 잔류해야, 최원태, 김윤식과 3~5선발을 꾸릴 수 있다.
최근 수 년간 거액 FA 계약은 대부분 리코스포츠가 만들어냈다. 이예랑 대표는 매년 겨울 A급 FA 선수들의 에이전트로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한국판 보라스’라 불린다.
지난 겨울에는 FA 최대어였던 양의지의 에이전트였다. 2019시즌을 앞두고 NC와 4년 125억 원에 계약했던 양의지를 다시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 원 대박 계약을 성사시켰다. 첫 4년 동안 계약은 110억 원(계약금 44억 원, 총연봉 66억 원) 보장 금액, 이후 인센티브 포함 2년 최대 42억 원의 선수 옵션이 있는 계약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이예랑 대표는 양석환(두산), 안치홍(롯데→한화), 김재윤(KT→삼성)의 FA 계약을 성사시켰다. 3명의 FA 계약은 총액 208억 원이다.
안치홍은 롯데를 떠나 한화와 4+2년 총액 72억 원(4년 보장 47억 원, 옵션 8억 원, 뮤추얼 옵션 2년 보장 13억 원, 옵션 4억 원)에 계약했다.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은 KT를 떠나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합계 28억 원, 인센티브 합계 10억 원)에 계약했다.
양석환은 지난달 30일 원소속팀 두산과 4+2년, 최대 78억 원에 계약했다. 첫 4년 계약은 최대 65억원(계약금 20억 원, 총연봉 39억 원, 인센티브 6억 원), 이어 4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발동되는 2년 13억 원의 뮤추얼 옵션이 포함됐다.
차명석 단장도 협상의 달인이다. 지난 겨울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서 FA 유강남과 채은성을 모두 붙잡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몸값이 치솟았다. 특히 주전 포수였던 유강남은 롯데와 4년 8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차 단장은 FA 포수 박동원을 4년 65억원에 영입하며, 안방 공백을 최소화했다. 유강남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계약한 박동원은 올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앞서 2022년에는 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를 4년 60억원에 FA 영입했다. 테이블세터와 외야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차 단장은 2020시즌을 앞두고 오지환과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오지환측에서 6년 계약을 원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오지환은 LG 구단에 ‘백지위임’으로 물러섰다. 차명석 단장은 4년 40억원에 오지환의 사인을 받아냈다. LG에 필요한 선수는 오버페이 없이 합리적 계약을 다수 이끌어냈다.
한편 이예랑 대표는 고우석의 국내 에이전트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위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4~7일)에 참석한다. 임찬규의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30일 첫 협상을 하고서 “계속 만나면서 간격을 줄여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 FA 계약 (12월 2일 현재)
전준우= 4년 최대 47억원/ 롯데 잔류
안치홍= 4+2년 최대 72억원/ 롯데→한화 이적(보상금 200%)
고종욱= 2년 최대 5억원/ KIA 잔류
김재윤= 4년 최대 58억원/ KT→삼성 이적(보상선수 문용익, 보상금 100%)
양석환= 4+2년 최대 78억원/ 두산 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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