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종료 후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된 두산 이병헌(20)은 왜 수술을 미루고 국가대표팀으로 향했을까.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두산 관계자는 “이병헌이 발목에 뼛조각이 있어서 수술을 빨리 시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무슨 사연일까.
서울고 특급 좌완으로 불렸던 이병헌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 지명을 받았다. 7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어 8월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차례로 받고 재활 중이었지만 최고 151km 강속구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최고 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이병헌은 기나긴 재활을 거쳐 2022년 9월 3일 1군 무대로 올라와 9경기 평균자책점 3.60으로 프로의 맛을 봤다. 그리고 이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 감독의 “현역 시절 구대성 선배의 느낌이 난다. 디셉션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 상대하기 싫은 유형의 투수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2년차 시즌을 기대케 했다. 호주에서 2주 동안 두산 투수들을 지도한 다카하시 히사노리 인스트럭터도 이병헌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병헌은 힘차게 두 번째 시즌을 출발했지만 36경기 동안 27이닝을 소화하며 5홀드 평균자책점 4.67에 그쳤다. 잦은 기복으로 인해 승리조보다는 추격조, 패전조에 주로 편성됐고, 기복을 줄이기 위해 잠실과 이천을 자주 오가야했다. 1군 등록 일수(105일)와 말소 일수(95개)가 사실상 동일했다.
이병헌은 지난달 13일 정보명 감독이 이끄는 제3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엔트리에 두산 소속으로 유일하게 승선했다. 다행히 뼛조각이 발견된 발목 수술을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이 나왔고, 이병헌은 대만으로 향해 국제 무대 경험을 쌓기로 했다. 대표팀은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와 타이중에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선다.
두산 관계자는 “이병헌의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되며 수술을 빨리 시키려고 했지만 대만을 가야해서 수술을 미뤘다. 올해 수술하지 않고 대만 가서 경험을 쌓은 뒤 내년 시즌까지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팀 사정 상 이병헌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위의 관계자가 말한 ‘팀 사정’은 두산의 좌완 기근 현상이다.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다녀온 최승용, 작년 2라운드로 입단한 이원재 등 선발진은 걱정이 크게 없지만 불펜의 경우 승부처에 등장한 좌타자를 확실하게 잡을 좌투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올 시즌 스윙맨 최승용을 제외하고 사실상 좌완투수 없이 필승조를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KT처럼 좌완투수 없이 불펜을 운영하는 팀도 있지만 이승엽 감독은 “좌타자인 나 또한 현역 시절 클러치 상황에 까다로운 좌완투수가 나오면 힘들었다. 주자가 있을 때 나오는 강한 좌타자를 막아줄 수 있는 좌투수가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이천 마무리캠프를 통해 좌완 불펜 후보 3명을 추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병헌, 김호준이 리스트에 들었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7라운드 69순위 지명을 받아 첫해 6경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백승우가 새롭게 포함됐다.
이 감독은 그런 가운데 “(이병헌은) 올해 헤드샷도 있었고, 잠실에서 최형우 상대로 3점홈런도 맞았다. 1군과 2군도 자주 오갔다. 실패의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라며 “야구선수는 안 좋았을 때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이병헌이 내년에는 우리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기대를 걸어본다”라고 이병헌을 경쟁의 선봉에 세웠다.
두산은 이미 내부 육성을 통한 좌완 불펜 발굴 프로젝트를 수립한 상태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백승우에 이어 올해 박지호(장안고-동강대), 김무빈(신일고) 등 좌완투수를 2명이나 더 뽑았고, 전역을 앞두고 있는 2019년 2차 3라운더 이교훈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병헌을 필두로 한 좌완 유망주들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불펜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좌완 전력이 약해 보이는데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꾸준히 좌완투수를 선발했고, 이교훈도 제대를 한다. 단계를 밟아 육성한다면 좋은 전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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