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도 없고 안우진도 없고 김혜성까지 없을 예정인 키움 히어로즈의 2025시즌 에이스는 누가 될 것인가.
김혜성은 12월의 첫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드 어워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미 키움 운영팀장에게 미국 진출 의사를 전했다는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려고 한다. 말로만 도전하면 안 되니까 실력을 잘 키워서 떳떳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성은 오는 4일 홍원기 감독과의 면담을 거쳐 고형욱 단장과도 만나 2024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빅리그 도전 허락을 받을 계획이다. 김혜성에 따르면 빠르면 향후 2주 안에 거취와 관련한 모든 결론이 날 전망이다.
김혜성은 동산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 2차 1라운드 7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김혜성의 1군 통산 성적은 826경기 타율 3할 877안타 26홈런 311타점 181도루 501득점이며, 7년차인 올해 137경기 타율 3할3푼5리 7홈런 57타점 25도루 커리어하이를 쓰며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모두 승선했다. 그 가운데 연령별 대회인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캡틴을 맡았다. 김혜성은 2021년 유격수, 2022년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KBO리그 최초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다만 키움 입장에서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향할 경우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단순히 출루율이 좋은 주전 2루수 1명이 빠지는 게 아니다. 간판타자, 에이스의 이탈까지 더해 2025시즌 아예 새판을 짜야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키움은 KBO리그 간판타자 이정후가 2023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현재 빅리그 30개 구단과 포스팅 중에 있다. 여기에 팔꿈치를 다쳐 9월 이탈한 에이스 안우진이 오는 18일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팔꿈치 수술만 받았다면 내년 막바지 복귀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군 입대가 겹치며 소집해제일인 2025년 9월 17일까지 자리를 비우게 됐다. 키움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이정후, 안우진, 김혜성 없이 2025시즌을 보내야 한다.
물론 키움이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는 건 아니다. 키움은 KBO리그 대표 빅리거 양성소로, 그 동안 강정호(은퇴), 박병호(KT 위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핵심 선수들이 차례로 미국 무대를 밟았다. 그런 가운데 키움은 화수분 야구를 앞세워 새 얼굴을 끊임없이 발굴했고, 꼴찌 수모를 겪은 올해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혜성 또한 키움이 발굴한 대표적인 영 플레이어다.
김혜성 역시 2025시즌 키움의 전력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혜성은 “새로운 선수가 계속 나오는 게 우리 키움의 색깔이다. 물론 걱정이 되지만 동시에 기대도 된다”라며 “그 전에 2024시즌을 잘 치러야하며, 이제 내가 이정후가 했던 역할을 해야 한다. 책임감이 따른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혜성의 당면 목표는 12월 구단과 면담을 잘 마친 뒤 2024시즌 부상 없이 메이저리그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수비의 달인으로 우뚝 선 선배 김하성의 평가를 입증하는 것 또한 내년의 목표다.
김하성은 지난달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에서 “김혜성이 다음 메이저리그 진출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김혜성의 미국 성공 가능성을 점친 바 있다.
김혜성은 “(김)하성이 형 말을 잘 증명해내야 한다. 하성이 형이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못 가버리면 형이 거짓말한 게 된다”라며 “감독님과 만나 내 생각과 감독님 생각을 잘 주고받을 계획이다. 구단 입장이 긍정적이라고 들었는데 의사를 잘 표현하고 대화도 잘 나눠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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