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우승 캡틴 오지환(33)이 얼마 전 큰 화제를 모았던 팬 결혼식 사회 뒷이야기를 전했다.
오지환은 지금으로부터 9개월 전인 3월 30일 2023 KBO 미디어데이에서 한 LG 팬으로부터 특별한 우승 공약을 하나 요청받았다. “올해 말 결혼 예정인데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오지환이 MVP에 뽑히면 결혼식 사회를 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오지환은 “우승과 관계없이 결혼식 사회를 무조건 보겠다”라며 팬서비스를 약속했다.
LG 팬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졌을까. LG는 지난달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KT를 제압하며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었고, 오지환은 3경기 연속 홈런포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오지환은 우승 공약을 요청한 팬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달 2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LG 팬 김남현 씨의 결혼식에 아내 김영은 씨와 공동 사회를 맡아 결혼을 진행하고 축하하는 특급 팬서비스를 했다.
결혼식 후 오지환은 구단을 통해 "미디어데이 때 공약한 통합 우승, 개인적으로는 MVP를 받고서 팬의 결혼식 사회까지 볼 수 있어 기분 좋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팬분의 결혼을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오지환을 만나 화제를 모은 팬 결혼식 사회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지환은 “무엇이 이슈가 된 거죠”라고 되물으며 “미디어데이 때 했던 약속이었고, 계속 그 팬과 소통이 됐다.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당연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결혼식은 공동 사회였지만 아나운서 출신인 아내 김영은 씨 주도로 진행됐다. 오지환은 “나는 친구 (정)주현이 결혼식 때 사회를 한 번 봤었다. 아내가 아나운서 출신이라 같이 사회를 보자고 했고, 사실상 사회를 넘겼다. 내가 하는 것보다 아내의 진행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난 소개를 드린 뒤 사진을 많이 찍어드렸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야구선수가 팬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추억을 안은 셈. 그러나 오지환은 “그게 그렇게 특별한 건가요. 난 사실 잘 모르겠다”라며 “난 그저 약속한 걸 지켰을 뿐이고, LG 팬이었기에 당연히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시즌 중간에도 종종 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셨고, 다행히 연결이 잘 됐다”라고 팬서비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지환은 이날 동료 신민재와 함께 리얼글러브 베스트 키스톤콤비상을 수상했다.
오지환은 “상의 의미가 있다. 예전 사람들에게 죄송하지만 너무 많이 파트너가 바뀌었다. 내가 스스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라며 “2루수가 정착되는 시기에 (신)민재가 잘 잡았다. 민재와 내가 앞으로 잘 해나가면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도중 오지환의 왼쪽 손목이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번쩍이는 금빛 시계가 우승 캡틴의 품격을 높였다. 오지환은 멋쩍은 듯 손목을 들어 올려 선물 받은 시계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8년에 앞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받는 LG 선수에게 주겠다"며 직접 구입한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됐다.
LG는 지난 17일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 홀에서 ‘LG트윈스 2023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기념행사’를 열었다. 구단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그룹 관계자 및 트윈스 선수단, 프런트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MVP 수상으로 시계를 선물 받은 오지환은 "이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좋겠다”라며 구단에 이를 반납했다.
이에 구광모 구단주는 "오지환 캡틴의 그 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뜻을 담아 '한국시리즈 MVP, 캡틴 오지환'의 이름으로 의미 있게 전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고, 새로운 고가의 시계를 선물했다.
오지환은 “요즘 시대에 맞는 시계 같다. 반납한 시계와 똑같은 모델인지는 모르겠는데 회장님께서 축승회 날 선물로 주셨다”라고 뿌듯해했다.
우승 후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바쁜 줄 몰랐다. 가족들과 시간 보낼 줄 알았는데 바쁘게 인사를 다니고 있다. 물론 당연히 좋다”라며 “우승의 순간은 혼자 잠잘 때만 생각한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 본다. 내가 한 거보다 다른 선수들과, 팬분들, 더그아웃 분위기를 보고 있다. 난 그 순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제 감격적인 우승의 순간도 이제 과거가 됐다. 오지환은 “이제 영상은 잘 안 본다. 스스로 자기 전에만 느끼고 싶어서 그랬다”라며 “이미 끝난 것이고 29년 만에 우승했지만 우승한 걸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다. 이건 과거가 된 것이고 현재가 중요하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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