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달 12일(한국시간)이다. 뉴욕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야구용품 제작사 롤링스가 마련한 이벤트다. 주인공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나다니엘 로우(28)였다. 며칠 전 생애 첫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된 1루수다.
포토 존에 선 그에게 선물이 증정되고, 그 자리에서 언박싱이 이뤄진다. 곱게 포장된 내용물은 검은색 1루수용 미트였다. 다만, 다른 글러브와 다른 특별한 부분이 있다. 바로 손등 위치의 디자인이다. 큼직하고, 화려한 금색 패치가 부착됐다. 바느질 역시 금박으로 마감됐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GG)는 1957년 롤링스가 마련한 상이다. 즉 스폰서 자격으로 수상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별도로 제작해 선물한다. 로우에게 주어진 것처럼 ‘Rawlings’라는 로고가 들어간 금박 패치가 부착된 특제품이다.
이는 곧 수상자들에게 훈장과 같은 자부심이 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28)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 때였다. 골드글러브 수상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자리였다.
“작년에는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는 시상식을 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보니까 수상했다고 하더라. 나중에 유튜브로 수상한 것을 봤다. 보고 있었으면 심장이 뛰었을 것 같다.”
가슴 떨리는 순간의 감동을 전하며, 한 가지를 잊지 않는다. 특별한 글러브에 대한 기대감이다.
“골드글러브 수상자는 주관사인 롤링스로부터 특별 패치가 부착된 글러브를 받는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매니 마차도가 그 글러브를 갖고 있어 내심 부러웠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 언젠가는 나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골드 패치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금메달 같은 의미일 것이다.
본래 글러브에 관한 규정은 꽤 까다롭다. 색깔이나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뚜렷하다. 타자의 시선에 방해를 주면 안 되고,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일례로 류현진의 케이스가 있었다. 2013년 다저스에서 첫 시즌을 준비할 때다. 평소 사용하던 검은색 글러브에 태극기 문양을 넣어 새로 제작했다. 눈에 띄는 크기도 아닌,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사이즈였다. 당연히 고국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다른 나라 국기를 새길 수 없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롤링스의 골드 패치는 다르다. 일단 골드글러브는 메이저리그의 공식적인 타이틀 중 하나다. 여기 스폰서 자격으로 하는 이벤트다. 규정을 이유로 사무국과 부딪힐 일이 없다.
다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김하성은 현재 롤링스 제품이 아닌 다른 글러브를 쓰고 있다. 일본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월드페가수스에서 제작한 것이다. 아마도 별도의 용품 계약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따라 ‘금딱지’ 글러브의 실전 사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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