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떨어지고 심란했다" 사직에서 가장 늦게 퇴근했던 남자...재능 아닌 노력으로 보상 받은 1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2.02 10: 40

"이제는 상무 탈락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란하기도 했는데..."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0)는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뒤 단 4경기만 출전했다. 곧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원서를 넣었지만 탈락했다. 조세진 한태양 등 입단 동기들과 함께 상무에 지원했지만 유일하게 탈락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개막전만 하더라도 윤동희는 즉시 전력 선수는 아니었다. 우타 외야수가 전무한 선수단 구성상,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4월 초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있었고 1군에서는 외야진에 황성빈과 잭 렉스, 안권수 등 부상 선수들이 줄줄이 나왔다. 윤동희에게 어쩔 수 없이 기회를 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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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윤동희와 롯데의 운명을 모두 바꿔놓았다. 윤동희는 퓨처스리그에서의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왔고 롯데의 플랜A가 어긋나는 것을 막았다. 그렇게 윤동희는 1군 레귤러 멤버로 자리잡아갔다. 시즌 중반 허벅지 부상과 첫 풀타임 시즌에서 비롯된 체력 저하 문제 등이 있었지만 107경기 타율 2할8푼7리(387타수 111안타) 2홈런 41타점 45득점 OPS .687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4경기 13타석 밖에 소화하지 않으면서 신인왕 자격을 유지했던 윤동희는 신인왕 투표에서 3표를 받는 소기의 성과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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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윤동희와 롯데에 가장 큰 수확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이었다.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정식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윤동희가 첫 풀타임 시즌을 대견하게 치르고 있었지만 대표팀 선발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롯데 구단 누구도 윤동희의 대표팀 선발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대만 일본 등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좌타 일색의 외야진에 우타 외야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손가락 물집 부상을 이유로 낙마하게 된 좌완 투수 이의리를 대신해 대표팀에 발탁됐다.
윤동희의 커리어, 롯데의 향후 미래 계획의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태극마크를 단 윤동희는 펄펄 날았고 금메달 획득과 병역 특례를 받는 감격을 누렸다. 이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까지 참가, 국가대표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 상무에서 탈락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었다. 윤동희는 "올해 참 잊을 수 없고 긴 시즌이었다. 그만큼 너무 좋은 기회들을 얻어서 감사했다"라면서 "이제는 상무에서 떨어진 게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는 심란하기도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도 전화위복이라고 말하기는 이른 것 같았지만 시즌이 다 끝나고 나니까 전화위복이 됐다"라고 웃었다.
지난해 입단한 뒤 마음고생을 하면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고 상무까지 탈락하면서 성숙해졌다. 혹자들은 윤동희를 향해 재능으로 똘똘 뭉친 선수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고개를 젓는다. 윤동희는 "모두가 노력하지만 저 역시도 남들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야구를 하면서 재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려면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그게 습관이 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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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단 관계자들에 의하면 윤동희는 시즌 중 가장 늦게 사구장을 나서는 선수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는 2군에서 거의 매일 나와서 기술 훈련을 했다. 올해는 1군에서는 한 타석 한 경기만 보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서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해 스트레칭이나 보강 운동, 아팠던 곳들을 치료하고 퇴근했다. 정말 안되는 날에는 혼자 케이지에서 화 내면서 배팅도 하곤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사회인 야구에서도 운동능력을 뽐냈고 아들이 야구선수로 성공하기를 원했던 아버지, 그리고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어머니 때문이라도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올해 태극마크와 금메달 모두 그동안 아들을 위해 헌신하신 부모님을 위한 보상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다. 부모님도 엄청 많이 고생하셨다. 사실 신인 지명때도 1,2라운드에서 많이 거론이 됐지만 3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다. 보상받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만큼 내가 많이 부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운동선수 출신의 아버지는 윤동희의 정신적 지주이자 개인 코치다. 그는 "야구가 잘 안될 때는 항상 아버지를 먼저 찾는다. 유능하신 코치님 감독님들이 많지만 저희 아버지가 저를 제일 오래 봤다. 전문가는 아니시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게 항상 맞더라"라면서 "힘든 점이 있으면 먼저 물어보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엄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정말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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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보상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APBC 대회를 통해서 느낀 점들을 실행하기 위해 비시즌은 더욱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그는 "아시안게임과 APBC 대회를 거치면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고 또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민도 하게 됐고 그만큼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이제는 제 자신에 대한 기대, 구단의 기대, 팬들의 기대치 모두 높아졌을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내년에는 모두의 기대치가 높을 것이기에 그에 걸맞는 노력을 또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수치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과정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윤동희다. 올 시즌 내내 장타에 고민이 많았지만 장타 증강은 시간을 두고 해결하려고 한다. 그는 "많이 조언도 구했는데 장타는 의식한다고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더라. 시간이 필요하고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처음부터 크게 올라서려고 하면 많이 무너지더라"라고 말하면서 "홈런보다는 출루율에 신경을 쓰고 질 좋은 타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운 좋게 안타 쳐서 타율과 OPS를 올리더라도 멀리 봤을 때는 그 가능성이 다르지 않나. 수치적인 것보다는 안타 1개를 치고 나머지가 잡히더라도 질 좋은 타구들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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