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낸 몇 년이 너무 아쉽다".
KIA 타이거즈 포수 한준수(24)는 2023시즌의 값진 수확 가운데 한 명이었다. 말 그대로 '갑툭튀' 포수였다. 2023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력군에 있지 않았다 가장 취약했던 포지션에 듬직한 옵션이 퓨처스팀에서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1월5일 전역후 육성선수 신분으로 복귀했다.
예전의 한준수가 아니었다. 2018 1차 지명을 받았으나 좀처럼 야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방황하는 시간만 길어졌다. 결국 쫓기듯 입대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전역하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20kg를 감량하고 야구에 재도전했다. 퓨처스팀에서 꾸준히 주전포수로 뛰면서 수비와 타격(.309)이 일취월장했다.
드디어 6월25일 1군 승격에 성공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었다. 복귀와 동시에 만만치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 긴장하지 않는 수비력에 홈런까지 터트리며 주전 김태군의 뒤를 받치는 제 2의 포수로 자리잡았다. 갈수록 선발 마스키 기회도 많아졌다. 48경기 94타석 타율 2할5푼6리 2홈런 12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686을 기록했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종국 감독은 "준수가 생각치도 못했는데 너무 잘해주었다. 타격도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 내년에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며 기대를 했다. 주전 김태군의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잡념 대신 야구에 전념하니 얻은 것이 너무 많았다.
킨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만난 한준수는 "전역후 어깨가 좀 안좋았다. 2군 감독님께서 아프지 않으면 지명타자든 1루수든 경기를 뛰어준다고 하셨다. 기회를 주신만큼 잘하고 싶었다. 최선을 다하면서 경험을 쌓았는데 1군 기회가 주어졌다. 입대 이전에는 집중도 안됐고 방황했다. 전역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년의 시간이 많이 아쉽다. 이제 시작이다"며 웃었다.
2023시즌에 대해서도 "풀시즌은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아직 멀었다. 처음보는 투수들도 많아 적응이 안 됐다. 계속 경기를 (벤치에서) 보고 나가다보니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경기를 많이 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내가 경기에 나가면 꼭 이기고 싶었다. 이기려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금 잘했다고 만족하지는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송구에 많이 신경썼다. 내년부터 피치클락이 도입된다. 주자들이 많이 뛸텐데 그걸 준비하고 있다. 투수들의 템포도 빨라지고 정신없이 던질 것이다. 포수가 공을 던질때부터 시작이니 투수가 준비를 다 했을때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캠프에서 수확도 많았다. "정말 즐거운 캠프였다. 수비와 타격 모두 얻어가는 것도 많았다 타격에서는 센터중심으로 비거리가 안나와 키워보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코치님들께서 타이밍 잡는 법, 스윙에서도 결대로 치는 방법 등 많인 것을 말씀해주셔서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시즌 기간중 훈련도 게을리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근력이든 스피드이든 모든 면에서 잘 준비해야 한다. 내년에는 아프지 않고 시즌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 스프링캠프까지 잘 준비하고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서 시즌에 들어갈 것이다. 올해 경험을 했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