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 한 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많은 공헌을 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데릭 지터 하면 뉴욕 양키스가 떠오르듯 팀을 상징하는 얼굴이자 팬들에겐 영웅 같은 존재다. '유통 라이벌'로 불리는 SSG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하는 자세는 대조적이었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01년 SK에 입단해 23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김강민은 SSG의 KBO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SSG는 지명 대상 선수들에 대한 은퇴 예정 또는 논의 표시 없이 김강민을 그냥 풀었고 한화는 맨 마지막에 김강민을 지명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SSG는 김강민에게 은퇴식 및 지도자 연수 등을 제안하고 은퇴를 설득했다. 한화는 지명 직후에는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 충격받았을 김강민이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배려를 한 것이었다.
결국 김강민의 선택은 은퇴 아닌 현역 연장이었다. 23년 원클럽맨을 포기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해준 팀을 위해 고심 끝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했다. 김강민은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리그 최고령 선수이지만 현역으로서 아직 경쟁력을 잃지 않았고 자신감도 충분히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다.
김강민은 한화 구단을 통해 '사랑하는 팬 여러분'이라는 제목하에 짧은 글을 전했다.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절절한 마음을 표했다.
구단의 안일한 대처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게 된 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 일부 팬들은 29일 홈구장인 인천SSG랜더스필드 인근에 50여 개의 근조 화환을 설치했다. 근조 화환에는 '우리가 사랑한 김강민', '인천 야구는 죽었다', '인천 야구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왕조가 망조가 되었네' 등 구단의 행태를 성토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반면 롯데는 2008년부터 자이언츠 맨으로 활약해온 전준우를 제대로 대우했다. 첫 FA 자격을 얻은 뒤 냉혹한 시장 상황과 저평가 속에서 4년 34억 원의 계약을 맺었던 전준우는 지난 4년의 활약을 보상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47억 원. 이 가운데 보장 금액은 40억 원, 인센티브는 총액 7억 원이다. 2027년 인센티브 달성 시 신구장 건축에 1억 원이 쓰여지도록 구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구단은 선수의 은퇴 후 2년간 해외 코치 연수 지원을 통해 후배 육성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지도자의 길을 펼쳐줄 계획.
경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준우는 1군 통산 161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039타수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 996득점 133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9도루로 팀내 타자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전준우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없었고 팀원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다. 구단 안팎에서 전준우에 대한 평판은 아주 좋다.
전준우는 계약 후 "롯데 구단에 입단후 많은 관심과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롯데 팬과 두 번째 FA에도 지난 4년간의 성적과 미래 가치를 인정해 주신 신동빈 구단주에게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흡족한 금액에 계약한 만큼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팬들이 바라는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준혁 단장은 "전준우 선수는 프로 선수로서의 자기 관리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태도로 매년 뛰어난 성적을 냈고 지금까지 한결같이 구단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향후 팀의 베테랑으로서 우리 팀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원클럽맨으로서 전통을 이어가는 선수로 지금의 계약보다 더 긴 시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할뿐만 아니라 향후 팀을 이끌 미래의 감독감을 일찌감치 확보한 셈이다.
삼성은 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 오승환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의미. KBO 최초 개인 통산 400세이브에 빛나는 오승환은 구단 투수 최초 영구결번 후보 0순위다. 개인 성적이야 말할 것도 없고 2005, 2006, 2011, 2012, 2013년 다섯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승환이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삼성 투수 가운데 영구결번 대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프랜차이즈 스타 박해민(LG)과 김상수(KT)를 타 구단으로 떠나보낸 실수를 더 이상 해선 안 된다. 김재윤(4년 최대 총액 58억 원) 영입과는 별개로 오승환에게 프랜차이즈 스타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할 것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