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37)와 SSG 랜더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한화 이글스 김강민(41)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는 지난 20일 “전준우와 계약기간 4년 보장금액 40억 원과 인센티브 총액 7억 원에 계약을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베테랑이지만 롯데가 먼저 진심을 보였고 이에 전준우가 응하면서 올해 1호 FA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2008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1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전준우는 프로 커리어 16년 동안 롯데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통산 1616경기 타율 3할(6039타수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 OPS .829를 기록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2019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전준우는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롯데와의 협상이 쉽지 않았다. 전준우와 롯데의 줄다리기는 해를 넘어갔고 결국 전준우는 롯데와 2020년 1월 4년 34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전준우는 계약기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을 넘겼고 4년간 61홈런을 쏘아올렸다. FA를 앞둔 올해는 만 37세로 적지 않은 나이에 138경기 타율 3할1푼2리(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OPS .852를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전준우는 첫 번째 FA 때와는 반대로 가장 먼저 FA 계약에 합의했다. 롯데는 성의를 가지고 계약에 임했고 전준우는 한화를 비롯한 타구단에서 더 좋은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롯데에 남기로 결정했다.
롯데 박준혁 단장은 “전준우 선수는 프로선수로서의 자기관리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태도로 매년 뛰어난 성적을 냈고 지금까지 한결같이 구단을 위해 헌신했다. 향후 팀의 고참으로서 우리 팀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원클럽맨으로서 전통을 이어가는 선수로 지금의 계약보다 더 긴 시간 함께 하고자 한다”라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준우와 정반대의 일이 SSG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에게 일어났다. 2001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18순위)에서 SK(현 SSG)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은 올해까지 프로 커리어 23년 동안 SSG에만 뛴 원클럽맨으로 SSG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통산 1919경기 타율 2할7푼4리(5364타수 1470안타) 138홈런 674타점 OPS .750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는 무려 8번을 출전해 5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타율 3할7푼5리(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OPS 1.500을 기록하며 SSG 인수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김강민은 시즌이 끝나고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SSG는 김강민과 은퇴를 논의중이었고 내년 만 42세가 되는 김강민을 양도금을 내가며 데려갈 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한화가 2차 드래프트 4라운드(22순위)에서 김강민을 지명하면서 SSG는 충격에 빠졌다. 외야수 보강이 필요했던 한화 입장에서는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져있고 은퇴예정이라는 설명도 없었던 김강민을 지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한화는 지명 당시 “김강민은 외야 뎁스 강화 및 대수비 대타 자원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 팀의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공감을 나누면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명했다”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SG는 다급히 김강민에게 은퇴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김강민이 은퇴를 하면 SSG 원클럽맨으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강민은 현역연장 의지가 강했고 결국 내년 시즌부터 한화에서 뛰기로 마음을 굳혔다.
SSG는 프런트 오피스의 잘못된 판단으로 영구결번까지 논의되던 프랜차이스 스타를 허무하게 잃어버렸다. 결국 이 사태의 여파로 김성용 단장이 R&D 센터장으로 좌천됐다가 팀을 떠나게 됐다. 그렇지만 성난 팬심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강민의 이적은 팀내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동요하게 만들었다. SSG 에이스 김광현은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된 직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클럽맨을 꿈꿨던 베테랑 전준우와 김강민은 이번 겨울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롯데와 SSG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