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2차 드래프트 이후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SSG 랜더스 팬들의 성난 팬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3년 원클럽맨 김강민(41·한화)을 놓친 후폭풍이 SSG를 강타하고 있다.
SSG 팬들은 29일 홈구장 인천SSG랜더스필드 인근에 50여개의 근조화환을 설치했다. 근조화환에는 ‘우리가 사랑한 김강민’, ‘인천 야구는 죽었다’, ‘인천 야구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왕조가 망조가 되었네’, ‘굴러들어온 2년이 몰락시킨 23년’ 등 SSG 구단을 성토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SSG는 지난 22일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안일한 대처로 ‘23년 원클럽맨’ 김강민을 허무하게 잃었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김강민과 거취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35인 보호선수명단에 넣지 않았고, 은퇴 예정 또는 논의라는 별도의 표시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깜짝 지명하면서 SSG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뒤늦게 김강민에게 은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김강민은 고심 끝에 지난 24일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정했고, 하루아침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SSG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SSG 구단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김성용 단장을 지난 25일 R&D센터장으로 보직 이동시켰다. 단장 부임 1년 만에 사실상 좌천을 당한 김 전 단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28일 사임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었고, 팬들의 분노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김강민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SSG의 구단 행보는 위태위태했다. 불과 1년 전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하며 세상에 없는 야구단 소리를 들었지만 우승 후 류선규 단장이 석연치 않게 물러나면서 삐걱이기 시작했다. 정용진 구단주 측근을 둘러싼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3연패 스윕을 당했지만 정규리그 3위로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 팀이 추락하자 정용진 구단주가 SNS에 김원형 감독을 저격하는 팬의 댓글에 동조하는 듯한 글로 논란이 됐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SSG는 계약 기간 2년이 더 남은 김원형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성적 부진이 아닌 세대 교체와 구단 방향을 이유로 계약 해지하면서 논란이 들끓었다. 이후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이호준 LG 타격코치를 김성용 단장이 후보로 공개 언급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NC 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 중이던 손시헌 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하며 상도의를 어겼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SSG 소속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이름이 유출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 이어진 SSG는 지난 17일 이숭용 전 KT 단장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김강민을 잃은 게 결정타가 됐다. 이숭용 감독 체제 코칭스태프 인선 결과가 발표된 29일 홈구장에 근조화환이 설치되면서 씁쓸함을 낳고 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야구는 해야 한다. 단장이 공석 중이지만 SSG는 이숭용 감독과 함께할 새로운 코칭스태프 조각을 마쳤다. 키움에 있던 송신영 수석코치와 강병식 타격코치, 롯데에 있던 배영수 투수코치, LG에 있던 윤요섭 배터리코치가 1군 신임 코치로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 코치 중에선 조원우 벤치코치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조동화(3루), 임재현(1루) 코치가 작전 및 주루 파트를 책임진다. 이대수 퓨처스 총괄코치가 1군에 올라와 수비코치를 맡게 됐다. 보조 타격코치는 추후 영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