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거물 FA 타자를 영입한 한화 내야에 경쟁의 바람이 분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1루수 채은성이 합류한 데 이어 올해는 2루수 안치홍이 왔다. 안치홍은 2루뿐만 아니라 1루 수비도 가능한 자원. 기존 정은원과 문현빈이 2루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면 안치홍이 1루로 이동해 채은성과 지명타자까지 2개 자리를 나눠 맡을 수 있다.
기존 1루수, 지명타자 자원인 김인환(29)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최근 2년간 각각 113경기, 112경기를 뛰며 429타석, 365타석으로 주전급 기회를 받은 김인환이지만 거물 FA들의 합류로 이제는 1군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 타율 2할6푼1리(398타수 104안타) 16홈런 54타점 OPS .722로 깜짝 활약하며 중고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던 김인환은 올해 타율 2할2푼5리(325타수 73안타) 7홈런 42타점 OPS .639로 성적이 떨어졌다.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된 6월에 활약했지만 기복이 심했다. 좌투수 상대로 고전하며 시즌 초반과 후반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향한 김인환은 마무리캠프까지 강행군을 소화했다.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뒤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일정이지만 그는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 타격이 안 됐던 부분을 보완하며 연습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으로 타격시 몸이 많이 빠지고, 팔도 파워 포지션까지 가지 않다 보니 당겨치는 스윙이 많았다. 캠프에선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보내는 방향으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현석, 김남형 타격코치와 함께 2년 만에 돌아온 정경배 수석코치도 김인환의 타격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김인환은 “2021년 전역 후 2군에서 정경배 코치님과 같이 한 저기 있다. 그때 군대를 다녀온 뒤 스윙이 많이 안 좋았는데 코치님과 함께하면서 보완했다. 많이 배웠다”며 “이번에 다시 팀에 오셔서 정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기술적인 보완만큼 멘탈 관리의 중요성도 느꼈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어려움을 딛고 1군까지 올랐지만 그 이후 또 다른 벽에 부딪친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김인환은 “작년에 했던 게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욕심을 많이 부렸다. 홈런이나 여러 부문에서 제 능력에 비해 목표를 높게 잡았다. 욕심을 내다 보니 많이 망가졌다. 올 시즌을 통해 어려울 때 멘탈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채은성에 이어 안치홍까지 합류하면서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서 김인환의 입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 다시 생존 경쟁을 벌어야 하는 그는 “처음부터 경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열심히 하면 기회는 또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해 홈런왕 노시환(31개)과 이 부문 3위 채은성(23개)을 앞세워 팀 홈런 공동 3위(100개)에 올랐지만 여전히 장타에 갈증을 느낀다. 좌타 거포 김인환이 살아나면 전체적인 타선 강화와 함께 좌우 밸런스도 맞출 수 있다. 절치부심 중인 김인환이 FA 유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