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을까, 메이저리그 복귀일까, 일본으로 진출할까.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NC 외국인 투수 페디는 내년에 어느 유니폼을 입게 될까. NC가 재계약을 바라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도 페디 영입에 적극적이다. 올 시즌 KBO리그를 휩쓸고 MVP를 비롯해 5개 트로피를 차지한 페디는 부와 명예를 놓고 행복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먼저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 전망도 밝다. 미국 매체 'MLB 트레이드루머스'는 페디 관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으로의 이적은 그에게 더 이상 좋은 것이 없을 정도로 잘 됐다. 전체적인 성적은 KBO리그 최우수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했고, 이는 KBO의 사이영상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올 시즌 상대한 타자들로부터 빼앗은 삼진 비율은 29.5%, 볼넷 비율은 불과 4.9%다. 땅볼 아웃 비율은 70%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참고로 2023년 땅볼 아웃 비율의 MLB 평균은 42.5%였다"며 페디가 KBO리그에서 기록한 세부 기록을 높게 평가했다.
매체는 "2023년 페디의 뛰어난 활약과 이전 톱 유망주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많은 관심을 모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도 최근 "페디는 지난 겨울 2개팀의 오퍼를 받았는데, 한국으로 진출해 톱 투수가 됐다. (올 겨울에는) 양키스 등 MLB의 각 구단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KBO리그 MVP를 향해 일본프로야구 구단도 움직이고 있다. 퍼시픽리그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오릭스 버팔로스가 페디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28일 "오릭스가 한국에서 20승을 기록하며 3관왕을 차지한 페디 영입을 조사 중이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인 2021년 7승을 기록한 우완 투수는 올해 NC로 이적해 구단 최초 20승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관왕에 빛나는 활약으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매체는 "오릭스는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국내 FA로 니혼햄 파이터스로 이적한 야마사키 사치야 등 선발 투수 2명이 팀을 떠난다"고 페디 영입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16승의 야마모토, 11승의 야마사키가 빠지면 오릭스는 선발 투수 보강이 최대 숙제다.
NC는 에이스 페디를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년 계약 카드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와 공식적으로 다년 계약을 한 사례는 없다. 부상, 부진 등 변수가 많기에 외국인 선수에게 다년 계약은 모험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NC는 확실한 능력을 보여준 페디에게 안정적인 계약 조건으로 다년 계약 카드도 꺼내들었다.
페디는 올해 새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받았다. 내년 연봉은 200만 달러 가까이 상승할 전망. NC는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지급하는 총액 한도(400만 달러) 안에서 다년 계약으로 페디를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를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관왕. 더불어 WHIP(0.95)와 피안타율(.207)도 1위였다. 퀄리티스타트 공동 2위(21회), 이닝 4위(180⅓이닝) 등 KBO리그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보여줬다.
페디는 선동열(1986, 1989~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4번째 트리플 크라운(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을 달성했다. 외국인 투수로는 KBO 최초 기록이다.
또 페디는 KBO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 대기록도 달성했다. 1983년 삼미 장명부(30승·220탈삼진), 1984년 롯데 최동원(27승·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25승·201탈삼진), 1986년 해태 선동열(24승·214탈삼진)에 이어 37년 만에 대기록이다. 외국인 투수 최초 기록이다.
페디는 지난 27일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MVP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111표 중 102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MVP 트로피를 차지했다. 득표율 91.9%였다. 또 페디는 올해부터 신설된 KBO 수비상 투수 부문의 초대 수상자가 됐다.
페디는 정규 시즌 막판 KIA전에서 오른팔에 타구를 맞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 등판하지 못했다. 부상 회복에 시간이 걸렸고,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드디어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5차전 등판을 준비했으나, 피로 누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NC는 플레이오프에서 KT 상대로 1~2차전을 승리했지만, 3~5차전을 모두 패배하면서 리버스 스윕 패배로 탈락했다. 탈락의 아쉬움에 눈물 흘리며 떠났던 페디는 MVP 시상식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왔다. 5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