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경기를 했는지 알겠다.”
박승민 한화 투수코치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주목한 새얼굴 중 한 명이 190cm 장신 우완 투수 정이황(23)이다. 박승민 코치는 “(1군에 있다 보니) 정이황이 실제로 던지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이번에 직접 보니 보고로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승민 코치는 “패스트볼 자체의 움직임이 좋고, 스플리터나 커브 등 변화구도 제구를 할 줄 안다.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경기(노히트노런)를 한 번 했는데 왜 그런 경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위가 좋다. 144경기를 치르기 위한 피지컬만 보완하면 1군에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내년 시즌 한화 마운드의 새로운 전력으로 기대했다.
박 코치가 말한 정이황의 좋은 경기는 지난 6월28일 강화에서 열린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 당시 정이황은 24명의 타자를 상대로 볼넷 3개만 허용했을 뿐 삼진 6개를 잡고 노히트노런을 했다. 더블헤더시 7이닝으로 진행되는 퓨처스리그 규정에 따라 정이황의 노히트노런도 정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비록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4경기 모두 선발등판한 정이황은 60이닝을 소화하며 3승5패 평균자책점 4.20 탈삼진 36개로 성장세를 보였다.
시즌을 마친 뒤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교육리그에선 구원투수로 변신했다.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9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서 9⅓이닝 4피안타 4볼넷 1사구 11탈삼진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96 피안타율 .118 WHIP 0.86 호투로 폭풍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이황은 “그동안 계속 선발로 던지다 교육리그에서 중간으로 던지며 1이닝씩 짧게 힘 쓰는 방법을 느꼈다. 선발로는 맞혀잡는 투구를 했다면 불펜으로는 힘으로 몰아붙이는 야구를 하다 보니 힘이 올라온 것 같다”며 “일본 타자들 상대로 잘 던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시즌 때 그렇게 좋은 볼을 던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즌이 끝날 때 공이 좋아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노히트노런도 해내며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성장 과정을 밟았지만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시즌 전) 호주에서 야구가 잘됐다. 그 느낌을 시즌 때 쭉 이어갔어야 했는데 그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웠던 날에도 공이 좋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정이황은 “그때는 시즌 들어가서 컨디션이 제일 안 좋은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컨디션 좋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 안 좋아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산고 출신 우완 정통 오버핸드 투수 정이황은 2019년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 해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서도 등판하지 못한 채 재활만 했다. 2020년 시즌 중 현역으로 입대했고, 2021년 11월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2시즌을 다듬었다.
입대 전까지 빼빼 마른 체구였지만 군대에서 체중을 늘려 힘이 붙었고, 투수로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선발로 던지며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았고, 이번 일본 교육리그에선 구원투수로 경쟁력을 보여주며 1군 전력화 시기가 가까워진 모습이다.
정이황은 “1살, 1살 나이를 먹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친구들이 다 잘하고 있는데 아직 난 1군에서 야구를 못 해봤다. 아쉽다”고 솔직한 속내를 보이면서 “선발이든 구원이든 시켜만 주시면 어디든 해야 한다. 내년 1군 스프링캠프에 가면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힘 있게 보여줘야만 한 타자라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코치진에) 심어줄 수 있다”며 내년 시즌 1군 데뷔 의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