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선택은 보상선수가 아닌 보상금 200%였다. 내심 투수 유출을 걱정했던 한화로선 안도할 만한 결과다.
롯데는 지난 27일 한화로 이적한 안치홍의 FA 보상을 선수가 아닌 보상금만 받기로 했다. B등급 FA 안치홍이 한화로 이적함에 따라 롯데는 25명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 또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를 받을 수 있었다.
롯데의 선택은 후자였다. 대부분 팀들이 FA를 빼앗기면 보상선수를 택하곤 하지만 롯데는 27일 FA 보상 결정 마감일까지 고민 끝에 보상금만 받기로 했다. 올해 안치홍이 받은 연봉 5억원의 200%에 해당하는 10억원의 보상금을 챙기는 것으로 FA 보상 절차를 마무리했다.
만약 롯데가 보상선수를 택했다면 보상금은 5억원만 받을 수 있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5억원의 가치를 지닌 보상선수가 한화에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 가능하다. 먼저 한화의 선수층이 그만큼 얇다는 뜻이다. 최근 5년간 9~10위를 벗어나지 못한 한화는 리그 최약체로 주전과 백업의 간극이 무척 큰 팀이다. 20인도 아니고 25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라면 5억원보다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뎁스가 약하다는 뜻이니 보상선수 유출이 없다는 것도 한화로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화 뎁스가 과거처럼 척박한 수준은 아니다. 또 다르게 보면 한화가 그만큼 보호선수 명단을 잘 짠 것이기도 하다. 수년간 모아온 유망주들을 많이 묶느라 즉시 전력 선수들이 보호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명단을 짰다. 투수 쪽에서 유출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롯데도 그 자리는 충분히 자원이 있었고, 구미가 확 당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롯데는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오선진과 최항을 연이어 지명하며 안치홍의 공백을 메우는 데 집중했다. 투수 쪽에선 좌완 불펜을 필요로 했는데 한화 보상선수로는 그만한 자원이 없었다. 결국 롯데는 보상선수를 포기하기에 앞서 LG에 2025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하며 베테랑 좌완 불펜 진해수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는 지난 19일 안치홍을 4+2년 최대 72억원에 FA 영입한 뒤 일찌감치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야수보다 투수 뎁스가 괜찮은 편이라 즉시 전력 투수 몇몇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행보를 봐도 투수 유출을 각오했다. 안치홍 영입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우완 이상규, 3라운드 13순위로 사이드암 배민서를 영입해 혹시 모를 보상선수 유출을 대비했다.
한화에선 “롯데가 누굴 데려가려나…”라며 보상선수 지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즉시 전력에 비중을 두는 롯데가 투수를 뽑을 것으로 보고 대체 자원도 마련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롯데가 고심 끝에 보상금만 택하면서 한화는 보상선수 유출 없이 1명이라도 더 전력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선수 1명이 아까운 한화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에 따라 한화의 안치홍 영입 비용은 4+2년 72억원 계약에 보상금 10억원이 더해지면서 최대 82억원으로 늘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