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연장을 위해 한국도 생각했던 일본 좌완 투수 쿠보 타쿠마(27)가 은퇴를 결정했다. 아직 1996년생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찍 유니폼을 벗게 됐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지난 27일 쿠보의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10월 야쿠르트 스왈로스로부터 전력 외 통고를 받은 뒤 15일 12개 구단 합동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쿠보는 삼진 2개를 잡으며 어필했지만 제안을 받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의 플레이도 모색했지만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유가오카 고교와 규슈 공립대를 거쳐 지난 2018년 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야쿠르트에 지명된 쿠보는 2019년 데뷔 후 올해까지 1군에서 4시즌 통산 60경기(54⅓이닝) 1승1패9홀드 평균자책점 4.31 탈삼진 46개의 성적을 남겼다.
2022년 29경기(26⅔이닝) 1승7홀드 평균자책점 2.70 탈삼진 19개로 활약하며 후반기 야쿠르트 불펜에 힘을 보탰고,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일본시리즈에도 2경기에 나서 ⅔이닝 무실점으로 막는 등 좌완 불펜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는 1군에서 5경기(3이닝) 등판에 그쳤다. 홀드 1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6.00. 5월5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전이 1군 마지막 등판으로 2군에 계속 머물렀다. 2군에선 38경기(33⅔이닝) 4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까지 리그 우승 멤버였고, 나이도 27살밖에 되지 않은 쿠보로선 선수 생활에 미련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일본 12개 구단 합동 트라이아웃과 함께 한국행도 모색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쳤다. KBO리그 팀들이 일본 2군 투수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었다.
KBO리그에서 일본인 외국인 선수는 2003년 두산 투수 이리키 사토시가 처음으로 같은 해 롯데 투수 모리 가즈마, 2006년 SK 내야수 시오타니 가즈히코, 2008년 히어로즈 투수 다카쓰 신고, 2009~2011년 SK, 삼성 투수 카도쿠라 켄, 2010년 LG 투수 오카모토 신야 등 6명밖에 없다. 2011년 7월 삼성에서 방출된 카도쿠라 이후 12년 넘도록 KBO리그에는 일본인 외국인 선수가 없다.
쿠보는 이달 초 한국에 있는 SSTC(Sports Science Technology Company) 야구과학연구소를 찾아 투구 메커니즘을 보완하는 등 한국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프로에 미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른 여러 가지 선택지도 생각했지만 은퇴를 결정했다”며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응원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5년의 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힘들고 아쉬운 일이 훨씬 많았지만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일본시리즈에서도 던질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을 했다. 감독님, 코치님, 동료 선수들과 스태프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야구계에 계속 종사한다. 야쿠르트가 아닌 다른 구단의 직원으로 새 인생을 열 것으로 보인다. 쿠보는 “4년차였던 지난해 1군에서 중요한 상황에 던질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인생에서도 이를 가슴에 새기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