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한화 이글스 노시환(22)이 KBO 시상식 자리에서 활짝 웃었다. 하지만 걱정도 있었다.
노시환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타점왕과 홈런왕을 수상했다.
수상 후 그는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은사님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올 시즌 함께한 동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최원호 감독님, 한화 관계자들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한화 팬들의 사랑도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019년 데뷔한 노시환. 프로 첫해 91경기에서 타율 1할8푼6리 1홈런에 그쳤지만 이듬해 106경기에서 타율 2할2푼 12홈런을 기록했다. 2년 차 때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21시즌에는 107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18홈런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2시즌에는 홈런이 6개로 줄었지만 115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고 마침내 올해 강력한 홈런, 타점 경쟁자 SSG 랜더스 간판타자 최정을 제치고 2관왕 주인공이 됐다.
올해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 74볼넷 118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541 OPS .929로 활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13경기 결장했지만 홈런·타점 1위를 지키며 볼넷·장타율·OPS 2위, 득점 7위, 안타 8위, 출루율 10위, 타율 15위에 올랐다.
노시환은 최정도 언급했다. 그는 “최정 선배님과 경쟁했기 때문에 이렇게 칠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작 최정은 개인 사정으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장타율상’을 받은 소감을 말하면서 “노시환이 3관왕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부상을 당해서 장타율상을 지킬 수 있었다. 노시환에게 미안하다. 내년에는 떳떳한 성적으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즉, 노시환은 내년에도 홈런왕에 도전하려면 만만치 않은 경쟁을 해야 한다. 상대 팀, 투수들의 견제도 더 심해질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그는 “견제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올해도 견제가 많이 들어왔다. 내가 당연히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두렵지 않다. 어떤 투수가 어떤 좋은 공을 던지든, 나는 내 타석에서 할 수 있는 생각, 마음가짐으로 잘 유지할 것이다. 그러면 내년에도 충분히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제대회 경험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노시환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뛰었다. 국가대표 4번 타자 노릇을 했다.
노시환은 국제대회 4번타자를 맡은 점에 대해 “부담감은 없어야 한다. 국가대표 4번 타자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나 “선배님들이 대한민국 야구를 잘 갈고 닦아서 이런 길로 이끌어 오셨다. 4번 타자의 자리도 그렇다”면서 “선배들이 만들어온 그 자리에서 누가 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대호 선배, 김태균 선배가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항상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화 중심타자로서 장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어느정도 덜 수 있게 됐다. 한화가 FA 안치홍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안치홍 선배님이 합류하면서 ‘타선이 좀 강해졌다. 던지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내년에 잘 해야겠지만 좋은 선배님이 오시면서 강해진 듯하다”고 반겼다.
한화는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고, 롯데는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 10억 원을 택했다. 한화는 10억 원에 타율 2할9푼2리 8홈런 63타점을 기록한 리그 대표 내야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노시환은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고 있다. 깨우침도 있다. 이 역시 최정과 홈런 경쟁 덕분이기도 하다. 노시환은 “경쟁자가 있는 게 정말 행복하고 좋은 것 같다”면서 “만약 경쟁자가 없었다면 조금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정 선배와 홈런 경쟁을 하면서 자극이 됐다. 보고 배울 점도 많았다. 덕분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최정 선배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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