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에 가장 큰 도움을 준 포수 최재훈을 수상 소감에서 빠트린 문동주. 최재훈은 그런 문동주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축하 인사와 함께 내년 시즌 목표를 제시했다.
문동주는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문동주는 전체 111표 중 85표(76.6%)를 획득하며 최고의 신인 자리에 올라섰다. 부상은 트로피와 상금 300만 원.
광주진흥고 출신의 문동주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1차 지명을 받은 우완 특급 유망주다. 지난해 13경기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통해 프로 무대의 맛을 본 그는 올해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비상했다.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118⅔이닝을 소화하며 한화 팀 내 다승 2위(토종 1위), 이닝 3위(토종 3위)에 올랐다. 한화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의 탄생을 알린 한해였다.
한화가 신인왕을 배출한 건 2006년 류현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이정훈(1987), 김태균(2001), 류현진(2006)에 이어 역대 4번째 한화 소속 신인왕이 탄생했다.
수상 후 만난 문동주는 “아까 수상 소감할 때 투표해주신 기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못 드렸다. 날 용서해 달라. 너무 죄송하다”라며 “올라가서 트로피를 받았는데 너무 무겁더라. 그 때부터 내 머릿속이 A4용지가 돼버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수상 소감에서 빠트린 게 하나 더 있었다. 작년부터 함께 배터리호흡을 이루며 동고동락한 선배 최재훈이었다. 문동주는 “(최)재훈 선배님 이야기를 못해서 내려오자마자 죄송하다고 문자를 드리려고 했는데 문자가 와 있었다. 내년에 15승을 해보자는 내용이었다”라며 “재훈 선배님과 함께 15승 목표를 향해 달려가 보도록 하겠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문동주는 함께 경쟁한 KIA 윤영철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문동주는 “경쟁을 해줘서 시즌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너무나 좋은 선수이고, 앞으로 나와 많은 경쟁을 해야 한다. 응원을 하겠지만 좋은 경쟁을 하면서 좋은 시너지가 났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문동주는 이날 MVP를 수상한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NC)와도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동주의 앞날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화였다.
문동주는 “올해 내 성적이 리그를 압도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시상식에서 페디가 ‘내년에는 MVP 네 거냐’라고 했는데 내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직 MVP는 어렵지만 그렇게 이야기해준 만큼 언젠가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 내년에는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 올해 내 성적은 많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이어 “류현진 선배님 이후 처음이라는 부분이 부담되는데 신인왕을 받았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겠다. 오히려 이걸 동기부여로 삼아서 내년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라고 더 나은 투구를 약속했다.
문동주의 다음 목표는 개인 타이틀이 아닌 소속팀 한화가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문동주는 “아직 타이틀에 대한 목표는 없다. 우리 팀이 조금 더 높게 올라가는 거에 초점 맞추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문동주는 끝으로 “작년 입단식 때 유튜브에서 각오를 이야기한 게 두 가지였다. 신인왕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라며 “1년 미뤄진 올해 2개 다 이루게 됐는데 앞으로도 이야기한 부분을 지켜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 뱉었으니 지키게 된다. 앞으로도 목표를 잘 세워서 지켜나가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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