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가 안 받으면 안 돼요.”
국가대표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노시환(23·한화)은 올해 KBO리그에서 31홈런 101타점으로 2개 부문 1위에 올랐다. 역대 KBO리그에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가져간 28명의 타자 중 17명이 MVP를 받았으니 MVP 수상 확률 60.7%에 달한다.
홈런과 타점 타이틀은 MVP 보증수표와 같다. 대부분 홈런·타점 1위는 다른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MVP를 받았는데 1983년 삼성 이만수, 1993년 삼성 김성래, 1995년 OB 김상호, 1998년 OB 타이론 우즈, 2018년 두산 김재환 등 5명은 홈런·타점 2개 타이틀로 MVP를 수상했다.
노시환은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 74볼넷 118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541 OPS .929로 활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13경기 결장했지만 홈런·타점 1위를 지키며 볼넷·장타율·OPS 2위, 득점 7위, 안타 8위, 출루율 10위, 타율 15위에 올랐다.
예년 같으면 MVP를 기대할 만한 성적이지만 노시환은 이미 마음을 비웠다. 에릭 페디(30·NC)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MVP를 받으면 좋은데 페디가 안 받으면 안 돼요”라고 말한 노시환은 “물론 저도 상을 받고 싶지만 페디가 너무 잘했다. 페디가 받아야 한다. 페디를 리스펙트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스위퍼를 앞세운 페디는 올해 KBO리그를 지배한 역대급 외국인 투수로 한 시즌을 보냈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탈삼진 209개 WHIP 0.95 피안타율 2할7리를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WHIP, 피안타율까지 주요 부문 1위를 휩쓸었다.
선동열(1986·1989·1990·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 트리클 크라운 투수가 된 페디는 장명부(1983년), 최동원(1984년), 김시진(1985년), 선동열(1986년) 이후 37년 만이자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 동시 달성에도 성공했다.
MVP 및 신인상에 대한 한국야구기자회 투표는 지난달 19일 창원에서 열린 두산-NC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시작 전 이뤄졌다. MVP 후보는 개인 부문별 1위 선수 및 한국야구기자회에서 적격한 후보로 선정한 선수로 총 16명. 페디와 노시환 외에도 SSG 서진용, 최정, 키움 아리엘 후라도, 김혜성, LG 오스틴 딘, 홍창기, KT 고영표, 박영현, 윌리엄 쿠에바스, NC 손아섭,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 구자욱, 두산 라울 알칸타라, 정수빈이 후보에 올랐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가 수상자로 선정되는 다득표제로 수상자가 선정된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페디의 수상이 유력한 분위기. 페디도 MVP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지 시상식 참석을 위해 입국했다. NC의 포스트시즌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끝난 뒤인 지난 8일 미국으로 떠났던 페디는 27일 KBO 시상식 참석을 위해 26일 입국했다. 노시환이 페디에게 축하해주는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아쉽지만 노시환에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아진 23살밖에 되지 않은 그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올해 받았으면 내년이 더 부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년 조금씩 계속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다. 올해 이 정도 스텝업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MVP를 받지 못한 아쉬움은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으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