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승환’ 박영현(20)은 오는 2024시즌이 누구보다 설렌다. 프로에 입단한지 불과 3년 만에 클로저라는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선승관에서 열린 2023 KT 위즈 팬 페스티벌에서 만난 박영현은 “내년이 너무 설렌다. 일찍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라고 남다른 설렘을 전했다.
KT는 지난 22일 부동의 마무리 김재윤이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에 FA 계약하며 당장 다음 시즌부터 새로운 클로저를 구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김재윤은 2015년 KT에 입단해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올해까지 통산 169세이브를 기록한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리며 마법사 군단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그러나 그런 김재윤의 이탈에도 KT는 큰 걱정이 없어 보인다. 2022년 KT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제2의 오승환이라는 별명을 얻은 필승조 신예 박영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로 전국구 스타가 된 박영현은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를 앞세워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호투를 선보였다. 베테랑 노경은(SSG)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 임기영(KIA), 김명신(두산)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올랐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라는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올 시즌 김재윤을 대신해 정규시즌과 가을야구에서 세이브 투수로도 종종 활약했는데 9회에도 강심장을 앞세워 마무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박영현은 “(김)재윤이 형이 떠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부담감도 커졌다”라며 “물론 마무리투수가 떠나 내게 기회가 올 수 있지만 어쨌든 마무리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우리 팀에는 재윤이 형만한 선수가 없다. 중요한 역할을 한 형이 떠나서 아쉽다”라고 떠난 김재윤을 그리워했다.
이적 확정 후 김재윤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박영현은 “발표가 나고 축하 통화를 했다. 형이 나한테 ‘KT 마무리’라고 불러줬다. 너무 일찍 가신 게 아니냐, 조금 늦게 가시면 안 되냐고 장난을 쳤다”라고 웃으며 “아직 내 역할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서 특별히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 마무리 보직이 확정되면 형에게 많이 전화해서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리움도 잠시 박영현은 곧바로 차기 마무리 보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KT 차기 마무리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스럽지만 그 자리를 내가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 역할을 소화하는 게 꿈이었고, 그러기 위해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마무리 보직의 매력에 대해서는 “셋업맨보다 훨씬 편할 것 같다. 준비할 시간이 많고, 그렇기에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중간투수는 5회, 6회, 7회, 8회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마무리는 9회 딱 한 이닝만 막으면 된다. 물론 부담이 되지만 이겨내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김재윤이 떠났지만 박영현에게는 우규민이라는 새로운 베테랑 멘토가 생겼다. 2003년 LG에 입단한 우규민은 1군 통산 759경기 1383⅓이닝을 소화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팀 내 최고참인 박경수와 절친 사이다.
박영현은 “우규민 선배님을 따라가고 배울 건 배울 것이다. 선배님은 삼성에서 완벽한 불펜투수였다가 올해 조금 안 좋으셨다. 그러나 내년에는 함께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규민 선배님이 온 것도 감사한 부분이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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