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를 향해 일편단심이다. 이 일편단심과 진정성, 과연 계약 금액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KBO는 지난 24일 키움 구단의 요청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이정후를 포스팅 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다음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30개 구단 모두 이정후와 협상이 가능하다.
계약을 맺은 구단은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해 계약규모에 따른 이적료를 키움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가 곧 키움 구단이 받아들 이적료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J.D, 마르티네스, 리스 호스킨스 등의 타자들이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벨린저와 채프먼을 대체적으로 시장의 ‘투톱’으로 꼽고 있다. 투타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는 ‘신계’로 또 다른 영역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벨린저와 채프먼, 그 다음에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름이 바로 이정후다. 현재 가치와 잠재력 등을 고려하면 ‘잭팟’이 가능하고 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이정후를 노리는 구단들의 관심은 진짜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주도 아래 활발한 영업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보라스는 이달 초, 단장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서 “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이미 이정후에 대해 연락을 해왔다”라면서 “이정후는 수비를 할 수 있고, 파워도 있다. 중견수 프리미엄이 있다”라며 홍보했다.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30개 구단 중 절반인 15개 구단 가량이 이정후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이적시장에 정통한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 기자는한 술 더 떠서 “20개 구단 정도가 이정후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정후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단지 이정후 영입전에 살짝 발만 담군다던지, 아니면 이정후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는 이정후 협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아니면 정확이 알 수 없다. 다만, 20개 구단 가량이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단 한 구단은 이정후를 향해 일편단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어떻게든 큰 돈을 쓰려고 한다. 슈퍼스타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슈퍼스타급 선수를 추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금지약물 복용 없이 ‘청정 홈런왕’에 등극한 애런 저지 영입전에 참가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저지에게 9년 3억60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했지만 같은 규모의 계약을 제시한 원 소속팀 뉴욕 양키스로 다시 향했다.
이후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13년 3억5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제시했고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메디컬 테스트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측 발목 문제가 샌프란시스코를 고심에 빠뜨렸고 결국 계약은 무산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79승83패 승률 4할8푼8리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전력 자체의 내실은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압도하고 팬들의 매력을 끌 수 있는 슈퍼스타의 존재는 없다.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언제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팀들이 라이벌이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리빌딩 끝에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코디 벨린저 모두 샌프란시스코가 원하는 최우선 매물이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최근 내셔널리그 15개 구단이 쫓고 있는 매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팀을 구축할 수 있는 스타 블레이어, 외야 수비, 선발과 유격수를 강화해야 한다’라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슈퍼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해 쫓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양키스가 같은 금액을 제시하기 전까지 애런 저지에게 최고의 금액을 베팅했다. 메디컬팀이 계약을 무효화하기 전에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최고액을 제시했다’라면서 지난해 실패의 역사를 언급했다.
이어 ‘그들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치열하고 최고의 금액을 제시한다고 해도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영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정후도 샌프란시스코의 영입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중견수 수비 강화, 그리고 한국 마케팅 파워를 위한 방안으로 이정후를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매체에서 꼽은 각 구단 영입 목록에 이정후의 이름은 샌프란시스코에만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 진심이다. 이정후를 꾸준히 관찰해 왔고 올 시즌 중에는 고위층이 이정후를 보기 위해 고척돔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이정후의 고척 고별전에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찾아와 지켜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인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모두 놓쳐도 샌프란시스코가 로스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다. 1년 전 영입 대상이었던 벨린저는 2년 연속 중견수를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적합한 선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견수 차선책으로 이정후를 언급했다. 매체는 ‘올 여름 샌프란시스코 고위 관계자들이 이정후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프런트 오피스는 야마모토와 이정후를 전면 조사하기 위해 수개월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이러한 평가가 몸값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단 이정후의 예상 몸값은 KBO리그 출신 한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액 규모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5년 5000만 달러(약 653억원), 디 애슬레틱은 4년 5600만 달러(약 731억원), ESPN은 5년 6300만 달러(약 823억원), CBS스포츠는 4+2년 9000만 달러(약 1175억원)를 예상했다. 대부분의 매체가 5000만 달러 이상, 나아가 1억 달러에도 근접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예상 계약 규모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하성도 계약 총액 예상은 6000만 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실제 계약은 예상했던 규모보다는 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 현지의 관심은 KBO리그 출신 한국인 선수의 최고액 계약은 사실상 예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KBO리그 출신 한국 선수들 가운데 최고액 보장 계약은 류현진으로 지난 2012년 12월, LA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다. 그리고 김하성이 2021년 1월 1일, 샌디에이고와 4+1년 39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보장 금액 기준으로는 4년 2800만 달러다. 계약 총액과 평균 연봉은 김하성이 더 높고 보장 총액은 류현진이 더 높다.. 2015년 1월,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4+1년 총액 1600만 달러, 2015년 12월, 박병호가 4+1년 총액 18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과연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를 향한 일편단심, 그리고 진정성은 KBO리그 출신 한국인 선수 최고액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