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사막 야구’로 불리는 중동, 서남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프로야구 리그가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 파키스탄에서 창단된 4개 팀이 참가하는 베이스볼 유나이티드 리그가 25일(이하 한국시간) 두바이에서 첫 경기를 개최했다. 정식 리그 출범을 앞두고, 올스타전 형식으로 쇼케이스 2게임을 치른 것이다.
첫 경기 이스트(동부) 올스타팀의 선발은 메이저리그 247승 투수 바톨로 콜론이 나섰다. 상대하는 웨스트 올스타팀의 1번 타자는 로빈슨 카누였다. 80마일 초반의 구속을 보여준 콜론은 카누를 1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어 나온 쟁쟁한 ML 올스타 출신 타자들도 50세 투수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알레한드로 데 아자는 바깥쪽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콜론은 3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로 2실점 했다. 삼진은 3개를 빼냈다. 투구수는 53개. 최종 스코어는 3-2로 이스트 올스타팀의 승리했다.
쇼케이스에는 이들 외에도 파블로 산도발, 안드렐톤 시몬스 같은 ML 올스타가 모습을 보였다. 한화 이글스 출신의 윌린 로사리오는 웨스트 올스타의 주전 포수로 등장했다. 양 팀의 (투수 포함) 선발 라인업 20명 중 19명이 MLB 출신이다. 유일한 독일 리그 출신의 크리스 베예르스가 웨스트 올스타 4번 타자로 나왔는데, 아마도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볼 유나이티드 리그(BUL)는 역사적인 첫 경기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온라인 라이브로 중계했으며, 127개국에서 2억 가구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백~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관중들이 입장했으며, 장내 방송은 영어로 진행됐다. 또 마칭 밴드가 게임 내내 흥을 유도했고, 7회가 끝난 뒤에는 미니 콘서트도 마련됐다. 크리켓 구장을 개조한 경기장은 내야 파울 지역이 무척 넓었다. 이곳에도 간이 보호망 뒤에 소파와 테이블을 비치해 관중을 위한 특별석으로 제공했다.
BUL만의 생소한 경기 룰도 있다. 특정한 타석을 '골드 볼' 혹은 '머니 볼'로 지정하고, 이 때 얻은 점수를 2배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26일 두 번째 시범 경기에서 실제로 이런 장면이 나왔다. 이스트 올스타의 산도발이 5회 무사 2, 3에서 맞은 ‘골드 볼 타석’ 때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일반 룰에서는 3점 홈런이지만, 특별 룰을 통해 사상 최초의 6점 홈런이 탄생한 순간이다. 2-2였던 스코어는 단번에 8-2가 됐다.
BUL은 인도계 사업가인 케시 샤이크가 2년 전부터 이끌고 있다. 인도인 아버지와 파키스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샤이크는 두 나라의 크리켓에 대한 열광을 야구로 옮겨놓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여기에 중동의 오일 머니가 투자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샤이크 CEO가 마리아노 리베라와 배리 라르킨을 경영진에 영입했고, 이들이 메이저리그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실현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현재는 UAE 두 팀(두바이 울브스, 아부다비 팰컨스)과 인도(뭄바이 코브라스), 파키스탄(카라치 모나크스) 각 1팀 등 4팀이 창단을 마쳤다. 지난달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 선발을 마쳤고, 향후 4팀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규 리그는 내년 11월 1일에 시작된다. 12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 8개 팀이 각 65게임씩 치르는 일정이다.
국내 구단에서도 관심이 높다.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중동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우선 쇼케이스를 보고, 선수들의 기량이나 수준 BUL의 가능성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오일 머니가 글로벌 스포츠로 눈을 돌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LIV 골프는 PGA와 치열한 선수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팀 알 나스르 FC가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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