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무려 25일 동안 맨투맨 지옥훈련을 소화한 두산 4번타자 김재환. 훈련을 주도한 이승엽 감독은 내년 시즌 115억 거포의 부활을 확신했다.
이승엽 감독은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재환의 마무리캠프 지옥훈련 성과를 전하고 내년 시즌을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감독은 “성과가 분명 있었다고 본다. 분명 변화를 했다”라며 “김재환이 휴일을 빼고 총 19차례 유니폼을 입고 마무리훈련을 실시했는데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 물론 실전 경기를 뛴 게 아니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연습은 충분히 했다. 방망이를 잡고 1시간 30분~2시간 맨투맨 훈련을 하는 게 정말 지겹고 힘들지만 잘 이겨냈다. 첫 단추는 잘 꿰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진행된 이천 마무리캠프에 프로 16년차 김재환을 전격 참가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마무리캠프는 신예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자신만의 야구를 정립하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감독의 요청과 선수의 의지가 합쳐져 베테랑의 이례적인 마무리캠프 참가가 결정됐고, 김재환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감독의 홈런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FA 계약 3년차 시즌 부활을 꿈꿨다.
김재환이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이유는 딱 하나. 4년 총액 115억 원 대형 FA 계약 이후 2년 동안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첫해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에 이어 이 감독이 부임한 올해 작년보다 못한 역대급 커리어 로우를 찍었다. 132경기 타율 2할2푼 10홈런 46타점 장타율 .331의 부진과 함께 시즌 막바지 오른손 부상이 겹쳐 두산의 순위싸움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김재환의 의지는 결연했다. 후배들 앞에서 거포를 꿈꿨던 어린 시절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묵묵히 이를 소화했다. 두산 공식 유튜브 채널 '베어스티비'에 따르면 하루는 훈련 종료와 함께 방망이와 장갑을 땅에 내려놓은 뒤 땅에 주저앉으며 체력 저하를 호소했고, 이 감독이 “아프면 이야기해라”라고 말하자 “토할 거 같은데요”라고 답하며 훈련의 강도를 실감케 했다. 19차례 훈련 모두 이 정도의 강도로 진행됐다.
사령탑은 김재환의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멘탈도 함께 관리했다. 이 감독은 “내용을 주입하기보다 대화를 많이 했다. 올 시즌보다 이번 19번의 훈련에서 나눈 대화가 더 많았다”라며 “이야기를 해보니 나이가 들고 시즌을 거듭하며 성적이 안 좋아지다 보니 너무 많은 방법의 연습을 했더라. 다양한 연습을 했음에도 핵심을 잘 짚지 못했다. 날 믿고 가자고 했고,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라고 성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율훈련 기간이다. 내가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무리캠프 때 했던 훈련을 12월에도 똑같이 가져간다면 1월에 더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단계적으로 전진하면 2월에 더 좋아질 것이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통해 본인의 문제점이 다시 나오겠지만 조금씩 잡아나간다면 2년의 부진을 싹 잊을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아니 믿는다. 김재환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라고 115억 거포의 부활을 확신했다.
이례적으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불평 없이 지옥훈련을 소화한 제자를 향한 진심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나한테 의지했는지, 아니면 의지하는 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점을 충분히 많이 이야기했다”라며 “김재환이 마무리캠프에 참가해줘서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 선수는 힘들어서 죽을라고 했는데 할 만큼 했다. 연습량이 전부가 아니겠지만 좋은 자세를 내려면 몸이 먼저 기억해야 한다. 아마 이번 캠프를 통해 머릿속에 안 좋은 생각은 다 지우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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