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우승 감독’이 됐으나 애제자의 재기를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방출된 애제자는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선다.
지난해 11월, 이천 LG챔피언스파크였다.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애제자 서건창과 재회했고, 서건창의 부활을 자신했다. 과거 KBO리그 최초이자 유일한 2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서건창(34)의 문제점으로 자주 바뀌는 타격폼을 언급했다. 200안타를 쳤을 때 타격폼으로 되돌아가면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염경엽 감독이 넥센 사령탑(2013~2016) 시절 서건창의 전성기였다. 서건창은 2014년 타율 3할7푼과 함께 201안타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타율 3할3리-52홈런-124타점을 기록한 홈런왕 박병호, 타율 3할5푼6리-40홈런-117타점의 유격수 강정호, 20승 투수 밴헤켄이 있었지만, MVP는 서건창이었다.
염 감독보다 앞서 LG로 돌아온 서건창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2021시즌 7월말, LG는 2루수를 보강하기 위해 키움과 트레이드로 서건창을 영입했다. LG는 선발 투수 정찬헌을 보내고 서건창을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를 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2021시즌 LG 이적 후 6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7리(235타수 58안타) 24타점에 그치면서 트레이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신청하지 않고 재수를 선택했다. 절치부심한 서건창은 2022시즌에도 부진과 부상으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77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2할2푼4리(219타수 49안타)를 기록했다.
LG 이적 후 2년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서건창은 염 감독을 만나서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렸다. FA 삼수를 선택했다. 염 감독은 과거 서건창이 좋았을 때의 동영상으로 서건창에게 과제를 내줬고,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 예전 타격폼으로 되돌아갔다.
염 감독은 시즌 구상에서 서건창을 2루수 테이블세터로 중용했다. 서건창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6푼2리로 타격 1위를 차지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자 예상과 달랐다.
개막전 톱타자로 출장한 서건창은 첫 3경기에서 16타수 2안타(타율 .125)를 기록하고, 4경기부터 하위타순으로 내려갔다. 5월 중순까지 31경기에서 타율 2할7리(87타수 18안타) 12타점 14득점을 기록했다. 2루 수비는 실책 9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결국 5월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염 감독은 서건창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1군 복귀 시점을 서건창 스스로 정하도록 배려했다. 타격 밸런스를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면 복귀하도록 한 것. 그러나 2군에서 서건창은 6월 중순 허리 잔부상으로 한 달 가량 쉬었다. 8월 한때 3할대 타율로 타격감이 상승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서건창의 2군행 이후 5월 중순부터 2루 자리에는 유틸티리 김민성이 좋은 활약을 했다. 4월 유격수 오지환의 옆구리 부상 때 유격수로도 출장한 김민성은 5~6월에는 주로 2루수로 뛰며 44경기 타율 3할8리(117타수 36안타) 4홈런 21타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전반기 70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4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김민성이 7월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자, 도루 스페셜리스트였던 신민재가 공격과 수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2루수 주인이 됐다. 7월에만 14경기에서 타율 3할7푼2리(43타수 16안타) 7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결국 서건창은 부상과 대체자들의 활약으로 1군 복귀 타이밍을 놓쳤고, 9월 확대엔트리 때 뒤늦게 1군에 올라왔다. 2루 자리는 신민재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복귀 후 주로 대타로 출장한 서건창은 9월 이후 23경기에서 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110타수 22안타) OPS .542로 마쳤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합숙 훈련에 참가했지만 내야 백업으로 김민성, 정주현, 손호영에 밀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 LG 보류선수 제외 명단(12명)
투수: 송은범 이찬혁 김태형(좌완) 성재헌 임정우
내야수: 서건창 정주현(은퇴) 김성협 최현준
외야수: 이천웅 최민창 이철민
LG는 25일 보류선수 제출 마감을 앞두고 12명의 보류선수 명단 제외 선수를 발표했다. 서건창이 포함됐다. 두 차례나 FA를 연기하면서, 옛 스승을 다시 만나 재기를 노렸으나 불발됐다. 2008년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한 서건창은 2년 만에 방출됐고, 이후 넥센에서 기회를 잡고 성공했다. 트레이드로 LG로 다시 돌아왔지만 또다시 방출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끝났다
뎁스가 두터운 LG에서 입지가 좁아진 서건창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구단에 방출을 원했다고 한다. 서건창의 올 시즌 연봉은 2억원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어느 팀에서 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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