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들의 꿈은 주연…만능 내야수로 12년 차에 '커리어 하이', 박승욱은 조심스레 욕심을 내 본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1.25 14: 40

모든 선수가 ‘조연’에 머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주연’으로 올라서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꿈꾼다. 롯데 자이언츠 전천후 내야수 박승욱(31)은 다시 조심스럽게 주연의 욕심을 내 보고 있다.
롯데는 당장 주전 2루수가 필요해졌다. 올해까지 4년 동안 주전 2루수 역할을 맡았던 안치홍(33)이 FA 자격을 취득한 뒤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에 계약하며 팀을 떠났다. 2루수 주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전준우와 안치홍이 내부 FA였고 모두 잔류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두 선수 영입전에 모두 한화가 참전했고 전준우는 4년 최대 47억 원에 잔류시켰지만, 안치홍은 샐러리캡 압박으로 붙잡지 못했다.
집토끼를 놓친 롯데는 2루수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2루수로 입단한 뒤 외야수, 1루수를 거쳐서 다시 2루수로 연습하고 있는 고승민, 우타 내야 유망주 김민수, 올해 신인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정대선, 여기에 안치홍이 이적하고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뽑은 오선진과 최항까지. 2루수 후보군은 많다. 이들 후보군 가운데 박승욱은 2루수로서 공수에서 가장 경쟁력 있던 선수였다. 올해 성적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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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욱의 활약은 알토란 같았고 소금처럼 요긴했다. 2루수를 기본으로 유격수 3루수까지 소화하며 팀이 필요로 할 때 전천후로 활약했다. 2루수로 77경기(44선발) 447⅓이닝, 3루수로 39경기(22선발) 190⅔이닝, 유격수 22경기(15선발) 134이닝을 소화했다. 1루수로도 2이닝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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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약은 수비에 국한되지 않았다. 123경기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290타수 83안타) 30타점 37득점 15도루 OPS .733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3할4푼8리를 기록하면서 쏠쏠한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프로 12년 차에 맞이한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어쩌면 조연 자리가 더 어울릴 수 있다. 그러나 박승욱에게도 주연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올해는 제가 여러 포지션에서 백업 역할을 해야 했던 선수였다. 저도 올해 만족스러웠고 제 위치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항상 주연을 목표로 한다. 기회가 된다면 욕심을 내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주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 상원고를 졸업하고 2012년 SK(현 SSG)에 3라운드 전체 31순위로 지명된 내야 유망주였다. 차기 주전 유격수였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알을 깨지 못하면서 만년 유망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9년에는 결국 KT 위즈로 트레이드됐고 2021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방출당했다. 
롯데에서 다시 박승욱에게 손을 내밀었고 박승욱은 다시 없을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 기회를 스스로 살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정말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제 야구에 대해서 확신이 생겼고 정립도 됐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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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런 활약을 예상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캠프에서 두 번째로 최고참임에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더 잘해서 마무리 캠프는 안하고 싶다”라고 웃으면서도 “하지만 올해 느꼈던 것들을 확실히 제 것으로 정립을 시키고 안 좋았던 부분은 연습을 하면서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회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SK에서도 KT에서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기회를 롯데에서 다시 잡았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는 “이제 올해 제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고 잘 버티는지를 많이 느꼈다. 제 야구가 정립된 것이 있기 때문에 이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4년에는 마무리캠프가 아닌 가을야구 무대에서 주연이 되어보고 싶다. 가을야구 무대를 휘저었던 기억도 있다. 2018년 SK의 우승 당시 멤버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유격수로 나서는 등 는 9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가을야구 기록이 괜찮았다. 긴장됐지만 너무 재밌었다. 그 분위기에서 야구를 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 그는 “마무리캠프를 하는 기간 다른 팀들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 부러웠다. 저런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 팀 성적이 좋으면 제 개인 성적도 따라올 것 같다”라고 강조하며 2024년 주전 도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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