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KBO는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요청에 따라 이정후 선수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하여 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정후의 포스팅을 고시하면 이정후는 그 다음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한국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지난 시즌에는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차지했다.
지난 1월 일찌감치 키움으로부터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그렇지만 시즌 성적은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준수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이정후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미국 현지매체들은 이정후가 5000만 달러(약 653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류현진(6년 3600만 달러)과 야수 최대 계약을 따낸 팀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4+1년 최대 3900만 달러, 4년 보장 2800만 달러)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물론 현지매체들의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에도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예상한 매체들이 다수 있었고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김하성이 1억 달러 계약이 가능한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김하성의 계약규모도 결고 작지 않지만 현지매체의 전망도 정확하지는 않다는 사례다.
반대로 지난 겨울 보스턴과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요시다 마사타카는 적지 않은 나이와 수비에서의 약점 때문에 4000~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5년 9000만 달러(약 1176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겨울에는 이정후 뿐만 아니라 LG 마무리투수 고우석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LG는 고우석이 만족스럽지 못한 계약을 제안받는다면 포스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에게) 일단 도전을 해보라고 했다”면서도 “포스팅을 하는데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으면 본인도 가고 싶겠나. 그래도 일단 포스팅은 해보라고 했다. 금액을 확인한 다음 최종 결정은 어차피 구단주가 하시는 것이다”라며 계약 규모가 너무 작다면 포스팅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월 이미 이정후의 포스팅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키움은 이정후의 계약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정후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우리는 (이)정후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금액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안을 받더라도 결정하는 것은 정후가 판단할 문제”라며 이정후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정후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메이저리그 구단에 어필하고 있다.
계약 금액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진짜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키움 훈련시설에는 이정후를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끊임없이 찾아왔고 키움의 홈 최종전에는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을 보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미국매체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20개 구단이 이정후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이정후의 인기가 매우 뜨겁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계약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고형욱 단장은 “이정후는 내가 스카우트 팀장으로 있을 때 마지막으로 뽑은 선수다. 잘해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 떠나보내는 것은 아쉽지만 잘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이정후를 응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