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SSG 랜더스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었다.
한화 이글스는 24일 오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 소속이 된 외야수 김강민이 선수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김강민은 24일 한화 이글스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강민 선수는 구단 측에 선수생활 연장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즉 김강민은 SSG에서 은퇴가 아닌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더 하다가 은퇴하게 됐다. 한화 구단은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킬 계획이다”고 알렸다.
지난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SSG 외야수 김강민을 지명했다. 모두가 놀란 결과였다. 김강민은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최고참 선수다.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를 한화가 지명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SSG 구단도 당황했다. 은퇴와 현역 연장 기로에 서 있던 김강민을 35인 보호 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가, 한 순간에 23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김강민을 놓쳤다.
김강민은 지난 2001년 SSG 전신인 SK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이후 2023시즌까지 23년 동안 한 팀을 위해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5차례 경험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김강민이 SSG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면 은퇴식, 코치 연수 등을 준비할 수 있었다. 구단은 한 팀에서 오래 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를 갖추려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지명을 받게 되면서 한화로 가느냐, SSG에서 은퇴를 바로 하느냐로 기로에 섰다.
SSG는 김강민의 영구결번까지도 고민했다. 구단 관계자는 통산 기록만 놓고 보면 영구 결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상징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그만한 대우를 해주려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은퇴 후 지도자 연수도 생각했지만 어렵게 됐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김강민일 것이다. 김강민 처지에서는 SSG에서 더 뛰다가 은퇴할 생각도 할 수 있었지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모두 틀어졌다. SSG 구단인 향후 김강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부분은 ‘특별 엔트리’에 두고 은퇴 경기 정도다.
SSG 구단 관계자는 김강민의 한화행 최종 결정에 “김강민 선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한화가 김강민을 데려간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지명이다. 손혁 단장은 “현재와 미래, 두 가지 다 봤을 때 김강민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스타팅으로 나갈 수도 있고, 대수비나 대타로 그만한 자원이 없다. 1~2년은 충분히 더 선수 생활이 가능하다. 은퇴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SSG 후배들도 2차 드래프트 결과에 아쉬워하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은 SNS를 통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오늘은 해야겠다"며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가요 형. 오늘 진짜 춥네”라며 김강민와 이별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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