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들고 가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지…”
NC 다이노스의 오프시즌 최대 과제는 올해 리그를 압도했던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를 붙잡는 것이다. 페디는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 MVP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페디는 올해 정규시즌 30경기 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또한 선동열 류현진 윤석민에 이어 리그 역대 4번째로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역대급 외국인 선수였다. 하지만 어깨와 팔꿈치에 피로가 누적되면서 NC의 포스트시즌 여정은 제대로 함께하지 못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모두 건너 뛰었다. 그리고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2탈삼진 1실점의 혼신투를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페디를 마운드 위에서 보는 건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휴식을 취해도 누적된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시리즈가 장기화 되면서 5차전까지 이어졌지만 페디는 등판할 수 없었다. 선발 등판은 어려웠고 불펜 등판을 준비했지만 끝내 불펜 등판도 불발됐다. 이후 페디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을 쏟으며 덕아웃을 떠났다.
일단 페디는 한국을 떠났지만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오는 27일 열리는 KBO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다. 26일 입국해 27일 시상식에 참석한 뒤 28일 곧바로 출국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내부 FA가 한 명도 없는 NC는 현재 오롯이 외국인 선수 선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페디를 붙잡는 게 NC의 올 겨울 최우선 과제다. 이번 시상식 참석 기간 동안 NC 구단과 페디가 어떤 교감을 나눌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 강인권 감독은 페디의 시상식 참석 소식에 “계약서를 들고 가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웃었다. 그러나 페디의 잔류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그만큼 페디가 올해 팀을 위해 보여준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외국인 선수 선발과 협상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임선남 단장도 일단 시상식에 참석하는 페디와 만날 예정이다. 임 단장은 “경험상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계약과 관련된 얘기는 에이전트랑 대화를 하면 된다고 말하더라”라면서 “페디가 왔으니 일단 대화는 나눠볼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페디가 올해 보여준 퍼포먼스는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KBO리그 출신 선수로 이정후와 함께 페디를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선수로 꼽고 있다. MLB.com은 ‘KBO리그에서 성장한 메릴 켈리는 올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내셔널리그 우승 주역이 됐다’라면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페디가 빅리그로 돌아와서 선발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도 ‘페디는 한때 많은 관심을 받은 유망주였지만 빅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냈다. 올해 FA 시장에서 흥미로운 와일드카드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KBO리그에서 유턴한 뒤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낸 메릴 켈리(2019년 애리조나, 2+2년 최대 1450만 달러), 조쉬 린드블럼(2020년 밀워키 브루어스, 3년 912만5000달러), 크리스 플렉센(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 2년 475만 달러)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연 페디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의 관심을 뿌리치고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NC의 손을 다시 잡을까.
올패 페디의 연봉은 100만 달러다. 연봉 인상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400만 달러)도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선수들과의 배분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역대 최고 연봉(200만 달러, 2017년 두산 니퍼트 2020년 NC 루친스키) 수준을 맞춰주거나 그 이상을 안겨줘야 페디와의 협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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