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SK 시절부터 SSG에만 23년을 몸담은 김강민(41)에게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화에서는 그를 지명한 단장부터 현장의 감독, 코치, 선수 모두 합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강민은 지난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다. SSG 35인 보호선수명단에 들지 않은 김강민은 별도의 은퇴 예정 또는 논의 중인 선수라는 표기도 없었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정우람을 플레잉코치로 선임한 한화처럼 외부에 따로 공표도 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역대 최장 23년 원클럽맨으로 역사를 쓴 김강민인데 41세의 나이에 처음 팀을 옮길 상황에 놓였다. 오는 25일 KBO 보류선수명단 제출일까지 김강민이 은퇴를 선언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한화 소속이 된다. 한화는 김강민이 현역 연장 의사를 보이면 보류선수명단에 넣을 계획이다.
SSG의 안일한 일처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화는 지명 권리를 정상적으로 행사했다. 선수로서 김강민의 가치를 여전히 높게 봤다. 수년간 외야가 약점으로 꼽히는 한화에서 김강민은 충분히 핵심 전력으로 쓰일 수 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우리가 지명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와 미래를 다 봤을 때 김강민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스타팅으로도 나갈 수 있고, 대수비나 대타로 그만한 자원이 아직 없다. 1~2년은 충분히 더 선수 생활이 가능하다. 은퇴는 아직 이르다. 우리 팀에 무조건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김강민의 합류를 바라고 있다. 2차 드래프트 전부터 구단과 4~5라운드에서 김강민을 지명하기로 논의한 최원호 한화 감독은 “백업 외야수가 필요했다. 1~3라운드에 뽑긴 부담스러우니 4~5라운드에서 지명하기로 했다. 경험 있는 외야수가 부족해서 김강민이 필요했다. 이진영, 최인호, 김태연이 올해 잘했지만 상수로 보기 어렵다. 이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면 대체 자원도 불투명하다.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경험 있는 김강민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도 김강민에게서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우리 팀에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며 마지막 불꽃을 태워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2년간 SSG 코치로 김강민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경배 한화 수석코치도 충분히 현역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경배 수석은 “SSG에서 최근까지 본 모습으로는 몸 상태도 크게 문제 없고, 우리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수비 범위는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다소 좁아졌지만 송구 능력이나 타구 판단 능력은 여전히 리그 상위급이다. 타격도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더 노련한 타격을 보여줬다. 경기 외적으로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선수다.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다”고 김강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수들도 김강민이라는 살아있는 레전드와 함께하며 배우길 기대하고 있다. 한화 외야수 이진영도 “워낙 경험이 많은 선배님이시다. 우리 팀이 오시면은 선배님이 갖고 있는 노하우도 알려주실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우며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내년에 5강을 목표로 ‘윈나우’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외국인 타자로 25세 젊은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와 계약한 뒤 FA 시장에서도 최대어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즉시 전력으로 기대되는 투수 이상규, 배민서를 각각 1라운드, 3라운드에 뽑았다. 여기에 김강민까지 합류하면 투타에서 뎁스가 강화되고, 확실한 경쟁력이 생긴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5번이나 경험한 김강민의 경험은 패배 의식에 찌든 한화 선수단에도 강력한 자극이 될 수 있다. 팀의 방향인 윈나우에도 날개를 달게 된다.
다만 갑작스런 상황으로 당사자가 큰 충격을 받았고,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계획으로 손혁 단장도 곧 김강민과 접촉해 현역 연장을 위한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에선 모두가 그를 원하고 있다. 원클럽맨으로 은퇴하는 것만큼 영예로운 것은 없지만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새로운 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