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 건지..."
롯데 김태형 감독은 FA 선수과 관련해서 슬픈 기억이 있다. 과거 두산 감독 시절에도 수많은 내부 FA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민병헌 양의지 오재일 박건우 최주환 등 함께 우승을 일궜던 핵심 멤버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내부 유출로 매년 전력 구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당시 두산은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내부 FA 선수들의 이탈을 막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문제 없는 롯데에서는 김태형 감독의 걱정도 사라지는 듯 했다. 지난달 롯데 사령탑에 취임한 뒤, 내부 FA 자원인 전준우와 안치홍의 잔류를 바랐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취임 선물을 기대했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에 참석한 전준우와 안치홍을 향해 “남아서 나를 도와달라”라고 말하면서 구단에는 “필요한 부분을 말씀드렸다”라며 내부 FA 선수들의 잔류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김태형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는 전준우를 4년 47억 원에 잔류시켰지만 안치홍을 놓쳤다.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72억 원에 계약을 맺고 떠났다. 샐러리캡 한도 때문에 안치홍을 붙잡기 힘들었다. 김태형 감독의 내부 FA 잔혹사는 팀을 옮겨서도 계속됐다.
김태형 감독은 샐러리캡 제도를 언급하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지…”라고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팀 타선의 핵심이자 주전 2루수, 그리고 리더십 그룹의 중추였던 안치홍의 이탈은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롯데는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롯데는 1라운드 지명을 패스한 뒤 2라운드에서 한화 내야수 오선진, 3라운드에서 SSG 내야수 최항을 뽑으며 내야진 뎁스를 보강했다.
롯데의 1차 목표는 SSG의 35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된 최주환이었다. 박준혁 단장은 “안치홍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민했다. 우리도 최주환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보호선수 명단을 보며 함께 고민했던 김태형 감독도 “최주환이 1순위였다”라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어 “최주환 다음에는 내야 여기저기를 볼 수 있는 오선진을 선택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선진 최항 등을 영입하면서 내야진 중복 자원도 적지 않아졌다. 오선진 최항에 박승욱 이학주 김민수 정대선 등의 자원들이 2루 자리는 물론 1군 내야진 백업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 포지션도 고려해야 한다. 롯데는 2루수도 가능한 자원을 찾고 있다. 1순위 선수의 경우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면서 물건너 갔고 2순위 선수에게 오퍼를 한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기존 자원들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트레이드에도 열려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사실 현재 자원들 중 역량들이 겹치는 자원들이 있다. 중복 자원들의 경우 필요하다면 트레이드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면서 트레이드에도 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오선진과 최항 등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선수들의 경우 1년 간 트레이드가 금지된다. 기존 내야진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은 물론 다른 중복 자원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서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