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870만 달러(약 113억). FA 대박이 부럽지 않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LG 트윈스와 6년째 동행한다. LG 구단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가 된다.
LG는 23일 켈리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켈리는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에 2024시즌 계약을 합의했다. 켈리는 2024시즌 재계약하면서 6시즌을 뛰게 되는 LG 구단 최장수 외국인 투수가 됐다.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켈리는 구단을 통해 “내년 시즌 다시 우리 팬들 앞에서 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국시리즈에서 우리 팬들의 사랑을 다시한번 느꼈고, 내년에도 또 느끼고 싶다. 다음 시즌도 우리 팀원들과 통합우승으로 팬들께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 LG트윈스 팬 사랑합니다”고 말했다.
LG 구단은 “KBO 통산 68승을 달성한 케이시 켈리는 이미 검증된 선수이다. 2024시즌의 선발 한 자리를 켈리와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다시 본인 모습을 찾은 만큼 2024시즌에 더욱 기대가 된다. 꾸준한 모습으로 우리 팬들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019시즌 LG에 입단한 켈리는 5시즌 동안 정규 시즌 144경기에 등판해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 탈삼진 684개를 기록했다. 켈리는 2019년 처음 LG와 계약, 한국으로 건너왔다. 첫 해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9년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2020년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로 꾸준히 1선발 노릇을 했다. 2021년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을 기록했고, 2022년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으로 다승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켈리는 올해 30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지난 4년과 비교하면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전반기 18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로 부진했지만, 후반기에는 12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반등했다. LG가 재계약을 한 이유다. 켈리는 2019년부터 2024년 재계약까지 누적 총액이 870만 달러(약 113억원)가 된다. 국내 톱클래스 선수가 FA 대박을 터뜨린 것과 비슷한 금액이다. LG는 2021시즌을 마치고 김현수와 4+2년으로 115억원 계약을 했다.
# LG와 켈리의 최근 6년 계약 내용
2019년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2020년 총액 150만 달러(연봉 12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2021년 총액 14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인센티브 40만 달러)
2022년 총액 150만 달러(연봉 12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2023년 총액 180만 달러(계약금 45만 달러, 연봉 105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2024년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켈리는 포스트시즌에서 강했고, 빅게임 피처의 능력을 보였다. 켈리는 포스트시즌 통산 8경기(47⅔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선발승을 기록한 투수는 KBO리그에서 켈리가 유일하다.
전반기 부진을 씻고 켈리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앞장 섰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해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2-2 동점에서 교체돼 승패없이 물러났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LG는 KT를 4승 1패로 꺾고,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KBO리그에서 6년 이상을 뛴 외국인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8년), 헨리 소사(8년), 제이 데이비스(7년), 앤디 밴헤켄(6년), 다니엘 리오스(6년) 5명이다. 켈리가 6번째 선수가 된다. 켈리는 역대 외국인 투수 다승 5위다. 1위는 니퍼트(102승), 2위는 리오스(90승), 3위는 소사(77승), 4윈는 벤헤켄(73승)이다. 켈리는 5위(68승)다.
켈리는 전반기 부진할 때 퇴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후반기 반등을 통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도중 일찌감치 켈리와 재계약 뜻을 밝혔다. 켈리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을 위하는 헌신적인 자세를 높이 칭찬했다.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염 감독은 켈리에게 1차전 선발 등판 이후 3일을 쉬고 4차전 선발 의향을 물었다. 염 감독은 "3차전에서 우리가 졌다면, 4차전 선발은 켈리가 던질 계획이었다"고 했다.
염 감독은 "켈리가 (3차전에) 이기면 5일 로테이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지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불펜 투수들이 있으니 짧게라도, 5이닝 정도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나가겠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3일 휴식 후 등판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안 한다고는 안하더라. 그런 마음이 되게 좋다"고 말했다. LG가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덕분에 켈리의 4차전 등판은 없던 일이 됐지만 켈리의 인성은 빛났다.
켈리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선발 후 3일 쉬고 4차전 선발로 던진 경험이 있다. 또 2021시즌 도중에는 둘째(아들) 출산 때 미국으로 일시 귀국하는 출산 휴가를 포기하며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 선수이지만, 팀을 위한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염 감독은 "고민을 하지 않고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 가려고 한다. 프런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데, 내 생각에는 팀에 대한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1선발 투수를 잘 구하면, 켈리는 2선발로 충분히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염 감독은 "켈리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새로운 구종(포크볼)을 추가했다. 내년 시즌에 삼진 비율도 훨씬 올라가고, 투구 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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