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기만성 스타로 불리며 FA 계약까지 체결했던 최주환(35)이 충격의 보호선수 명단 제외에 이어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팀을 강제로 옮기게 됐다.
최주환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전개된 2차 드래프트였다. FA 계약이 1년 남은 최주환이 SSG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1차 충격도 모자라 그가 가장 먼저 키움의 선택을 받아 커리어 두 번째 이적을 하게 됐다. 웬만한 대형 트레이드 및 FA 계약 못지않은 빅딜이었다.
최주환은 광주동성고를 나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의 2차 6라운드 46순위 지명을 받고 오랜 무명 생활을 했다. 특급 대타로 뛰던 그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건 2017년. 데뷔 첫 규정타석에 타율 3할, 100안타, 50타점, 올스타를 동시에 해내며 고난의 시간을 청산했고, 2020년 140경기 타율 3할6리 16홈런 88타점 활약에 힘입어 SSG와 4년 총액 42억 원에 FA 계약했다.
당시 계약을 주도한 류선규 전 단장은 “최주환은 2루수로서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하고 있어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활용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주환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 긍정적인 팀 문화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FA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라고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생애 첫 FA 계약의 부담이 컸을까. 최주환은 SSG 3년 동안 먹튀 논란에 시달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계약 첫해부터 116경기 타율 2할5푼6리 18홈런 67타점의 부진을 겪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가 랜더스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이 돼버렸다. 2022시즌 97경기 타율 2할1푼1리 9홈런 41타점의 역대급 커리어로우에 이어 올해도 134경기 타율 2할3푼5리 20홈런 63타점 슬럼프를 겪으며 42억 원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최주환의 랜더스 3시즌 통산 성적은 347경기 타율 2할3푼6리(1130타수 267안타) 47홈런 171타점 OPS .732.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중간 성적은 완벽한 낙제점이었다.
SSG는 결국 고심 끝 최주환을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관리 및 세대교체였지만 통상적으로 실력과 연봉이 비례하기 때문에 샐러리캡을 이유로 고액 연봉자들이 보호선수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2차 드래프트를 봐도 FA 계약 중인 선수의 이적은 최주환이 유일했다. 지난 3년의 퍼포먼스가 저조했기에 원소속구단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한편 키움은 최대어 최주환을 품으며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알다시피 최주환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적을 보장할 수 있다. 1라운드에 최주환 같은 선수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 팀에는 큰 행운이다. 우리 팀에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최주환의 활약을 기대했다.
최주환 또한 이번 이적을 커리어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각오다. 4년 42억 원의 FA 계약이 2차 드래프트 이적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2024시즌을 잘 치르면 다시 FA 자격을 얻기에 동기부여는 충분한 상황이다.
최주환은 “(이적이) 갑작스럽게 결정 돼 놀랐다. 연락도 정말 많이 받았다. 새로운 구단에 합류하게 된 만큼 잘 적응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도 내년이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