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염경엽 감독은 4년 전 SK 감독 시절 에이스 투수를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로 보냈다. 이번에는 마무리 투수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한다.
염 감독은 2019년 SK 사령탑에 취임했고, 2019시즌 두산에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위 자리를 놓쳤다. 당시 SK는 두산과 88승 1무 55패로 동률이 됐고, 상대 성적에서 뒤져 2위로 밀려났다.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패로 탈락했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이 구단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요청했고, SK 구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김광현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2020시즌, SK는 선발진에서 김광현과 이전 해 외국인 에이스였던 산체스(17승)가 떠난 공백이 컸다. SK는 추락했고, 염 감독은 경기 도중 쓰러지며 건강 문제가 발생해 시즌 후 자진 사퇴했다.
2년간 현장을 떠나 있던 염 감독은 지난해 가을 LG 감독으로 부임했고, 올해 LG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넥센과 SK 감독 시절 이루지 못한 ‘우승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릴 때, LG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KBO는 지난 15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14일 LG 고우석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LG 트윈스 소속 선수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신분조회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와 계약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고우석의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올해까지 7시즌을 뛰면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예상하지 못한 고우석의 신분조회 소식으로 LG는 고민에 빠졌다. 고우석은 에이전트를 통해 LG 구단에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LG는 구광모 구단주의 재가를 받아,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하기로 했다.
LG 구단은 22일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다. 향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금액이 나온 뒤 선수와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제 관건은 고우석이 포스팅을 신청하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어느 정도 금액을 제시하느냐다. 차명석 단장은 22일 2차 드래프트가 열린 더케이호텔에서 헐값에는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차 단장은 "고우석에게 한 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봐야 한다. 과거 김재환(두산)도 포스팅을 시도했다가 원하는 조건(금액)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한 번 해보고 선수가 만족할 만한 금액이 나오면 그 때 다시 구단과 이야기 해보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 금액의 기준점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선수가 만족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인지를 봐야 한다.
고우석은 3년차인 2019년부터 LG 마무리 투수를 맡았고, 7시즌 통산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지난해 42세이브로 데뷔 첫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로 등극했다.
올해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부상을 당하는 등 잔부상으로 인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다.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다.
만약 고우석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면, LG 뒷문은 고민이 된다. 두터운 불펜 뎁스를 자랑하지만, 마무리 투수의 공백은 다르다. 고우석이 부상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전력에서 빠져있을 때 불펜 경험이 많은 함덕주, 김진성 등이 많은 이닝을 던졌고, 시즌 막판 잔부상과 피로 누적이 생겼다. 백승현, 유영찬, 박명근은 올해 처음 필승조로 한 시즌을 치렀을 뿐이다. 정우영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불펜의 핵심인 마무리가 빠진다면,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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