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시리즈를 통해 왼손 불펜투수의 필요성을 절감한 KT 위즈가 FA 영입이 아닌 내부 육성을 통해 좌완투수를 발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FA 시장에 좌완 최대어 함덕주가 있지만 KT가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KT는 10개 구단 중 좌완 기근이 가장 심각한 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만 봐도 12인 투수 엔트리에서 좌완이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유일했으며, 함덕주, 김윤식, 손주영, 이우찬 등 좌완이 무려 4명인 LG와 확연히 대조됐다.
물론 KT는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한 조현우가 부상을 당한 이후로 우투수로 좌타자를 막아온 팀이다. 그러나 2023 한국시리즈에서는 좌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LG 타선을 만나 좌투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승부처를 책임질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1명이라도 있었으면 시리즈의 향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KT 이강철 감독은 “저기(LG) 안 쓰는 왼손투수를 우리에게 한 명만 줬으면 좋겠다. 왼손투수 1명이 절실하다. 조현우가 아프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떻게든 좌완 불펜투수를 만들거나 구해봐야 한다”라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좌투수가 필요한 타이밍에 좌완 최대어 함덕주가 FA 시장에 나왔다. 1군 통산 397경기 35승 21패 59세이브 49홀드 평균자책점 3.50(501⅔이닝 195자책)을 자랑하는 함덕주는 과거 두산 왕조의 뒷문을 맡아 2015년, 2016년, 2019년 우승을 경험했고, 2021년 라이벌 LG로 트레이드 이적해 올해 쌍둥이 군단의 29년 만에 통합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KT는 프런트와 현장의 긴밀한 논의 끝에 외부 FA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도 왼손이 아닌 오른손투수 우규민과 이태규, 내야수 김철호를 차례로 지명했다.
22일 2차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KT 나도현 단장은 “현재로서는 함덕주에 크게 관심이 없다. 외부 FA 또한 마찬가지다”라며 “현장과 소통을 하며 내부 육성, 부상 선수 복귀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2차 드래프트에서 왼손투수를 지명하지 않은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나 단장은 “왼손 불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뽑을 수 있는 선수도 실제로 몇 명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감독님께서 지금 나와 있는 선수들보다 박세진, 전용주, 김건웅 등을 육성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보이셨다. 우리 또한 공감했다. 우규민을 뽑는 게 전략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는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좌완 불펜 발굴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롯데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친동생인 박세진은 2016년 KT 1차 지명, 전용주는 2019년 KT 1차 지명, 김건웅은 2023년 KT 4라운드 40순위로 뽑힌 좌완 유망주로, 모두 불펜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1군 경험이 풍부한 박세진이 이제는 알을 깨고 나와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무리 김재윤이 삼성과 FA 계약한 KT는 남은 FA 투수 주권은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 단장은 “최근 주권의 에이전트를 만났고,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라며 “주권 계약은 아무래도 긴 호흡을 갖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잡는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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