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우왕좌왕 하지 않았다. 내야진 뎁스를 보강한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 일단 2차 드래프트 직전 내부 FA였던 안치홍이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의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전준우를 4년 47억 원에 붙잡았지만 주전 2루수를 잃게 됐다.
당장 안치홍급의 2루수 매물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상황. 내부 대안은 물론 외부 수혈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했다. 당장 2차 드래프트에서 경쟁력 있는 자원을 보충하는 게 필요했다. 일단 2차 드래프트 최대어였던 최주환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키움이 뽑아간 상황. 이에 롯데는 1라운드를 패스했다. 2라운드에서 한화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오선진(34)을 지명했다. 3라운드에서도 롯데는 SSG의 우투좌타 내야 유틸리티인 최항(29)까지 지명하면서 2차 드래프트를 마쳤다.
박준혁 단장은 내야진 전체적인 뎁스를 강화한 지명으로 평가를 했다. 그는 “오선진은 내야 뎁스 강화가 목적이다. 수비가 안정적이고, 여러 포지션을 다양하게 맡아줄 수 있다. 최항의 경우에는 수비에 대한 것은 조금 더 봐야겠지만, 확실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 3루 코너 내야를 강화하는 차원. 최항이 들어오면서 3루수 경쟁이 펼쳐질 것인데, 전체적인 내야 뎁스가 올라가는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안치홍이 이탈한 자리를 최주환으로 대체하는 것도 당연히 생각했다. 올해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만큼 전체 4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롯데에도 어느 정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키움이 망설이지 않고 최주환을 선택하면서 기회는 없었다. 정해진 순번 내에서 계산된 움직임으로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1라운드에서 오선진을 지명해도 됐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2라운드에 지명했다. 이후 순번에서 내야진이 급한 팀이 없다는 판단이었고 실제로 내야수를 지명한 구단은 없었다. 롯데가 유일했다. 결국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이 아닌 2라운드 양도금인 3억 원을 지불하고 오선진을 데려왔다. 양도금도 최대한 아끼면서 내야진 선수층을 강화했다.
오선진과 최항 모두 1군에서 경험이 적지 않은 선수들이다. 오선진은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입단했다. 2021년 이성곤과 1대1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C등급 FA를 획득, 1+1년 총액 4억 원에 친정 한화로 복귀했다.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작전 수행 능력까지 좋은 내야수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올해는 90경기 타율 2할3푼(165타수 38안타) 14타점 17득점 OPS .609의 기록을 남겼다. 통산 1109경기 타율 2할4푼1리(2612타수 629안타) 18홈런 229타점 49도루 275득점의 기록.
최항은 SSG의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의 친동생이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다. 2루와 3루수를 주로 볼 수 있는 자원으로 타격에 재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잠재력을 완전히 만개하지 못했다. 발목, 허리, 어깨 등 부상으로 온전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통산 304경기 타율 2할7푼3리(704타수 192안타) 11홈런 94타점 93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21경기 타율 2할8푼6리(28타수 8안타) 1홈런 OPS .811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당장 안치홍이 해냈던 1인분의 몫을 이들이 해낼 수는 없다. 그러나 1군 경험이 풍부한 오선진과 최항이 기존 자원들의 경쟁 시너지로 2루를 채운다는 복안이다. 내부에서는 지난해 유틸리티로 쏠쏠한 활약을 해준 박승욱, 외야수에서 다시 2루수로 재전향 과정을 밟고 있지만 입단 당시에는 대형 2루수 재목이었던 고승민, 우타 내야 유망주 김민수와 신인 정대선 등이 무주공산의 2루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아울러 3루에서도 기존의 한동희 김민수 나승엽 등 자원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유격수 자리의 노진혁 역시 허리 문제로 정규시즌 풀타임 소화가 쉽지 않은 만큼 내야진 전체가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오선진과 최항은 오는 25일 납회식 자리에 참석해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