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강속구 투수 2명을 마운드에 추가했다. 내년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인 지명을 했다.
한화는 지난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3명의 선수를 뽑았다. 4라운드 전체 22순위 맨 마지막 순번으로 SSG에 23년을 몸담은 최고령 외야수 김강민(41)을 지명해 엄청난 화제가 됐다. 김강민 파급 효과가 워낙 크다 보니 앞에서 뽑은 투수 2명의 존재감이 다소 묻혔다.
한화는 이날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투수 이상규(27), 3라운드 전체 13순위 NC 투수 배민서(24)를 지명했다.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원을, NC에 3라운드 양도금 2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당초 1라운드에서 최주환을 노렸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먼저 뽑자 한화는 이상규를 택했다. 한화 구단은 이상규에 대해 ‘시속 140km대 중반의 구위를 갖고 있는 선수로 우리 불펜 뎁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청원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2차 7라운드 전체 70순위로 LG에 지명된 이상규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의무경찰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제대 후 2019년 1군에서 1경기를 던진 뒤 2020년 시즌 초반 깜짝 활약을 했다. 고우석이 무릎 부상으로 빠진 사이 LG 임시 마무리를 맡아 5월 한 달간 12경기(12⅓이닝) 2승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위력투를 펼쳤다.
150km 안팎의 빠른 공을 뿌리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6월 이후 제구 난조로 성적이 급락했다. 이후 LG 투수진 뎁스가 워낙 좋다 보니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 올해 1군 8경기(7⅔이닝 평균자책점 2.35) 등판에 그쳤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27경기(25⅔이닝) 2승1패2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1.75로 안정감을 보였다. 약점이었던 제구가 안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성적 상승의 여지가 있다.
3라운드에서 데려온 배민서도 팀에 부족한 사이드암 투수 자원으로 한화가 주목했다. 한화는 배민서에 대해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으로 강점이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군입대 예정인) 강재민의 공백기에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상원고 출신으로 지난 2019년 2차 4라운드 전체 37순위로 NC에 뽑힌 배민서는 1군에서 4시즌 통산 55경기(63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했다. 2021년 1군에서 가장 많은 32경기(40이닝) 등판 1승 평균자책점 4.95의 성적을 냈고, 상무를 다녀온 뒤 올해 1군 6경기(6⅔이닝 평균자책점 6.75)를 던졌다. 퓨처스리그에선 21경기(19⅔이닝) 5승2패 평균자책점 2.75로 막았다.
이상규와 배민서의 공통점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다. 이상규의 경우 올해 투심 위주로 던져 평균 구속이 낮아지긴 했지만 143km로 나쁘지 않고, 한때 153km까지 스피드건에 찍힌 투수다. 배민서도 2021년 1군에서 사이드암치곤 빠른 평균 142.9km 직구를 뿌렸다.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도입되는데 좌우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면 존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제구형 투수들이 불리해지고, 힘으로 윽박지르는 구위형 투수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를 지휘 중인 최원호 한화 감독도 그런 점에서 두 투수 합류를 무척 반겼다. 최 감독은 “내년에 ABS가 들어서면 구속이 좋거나 공의 무브먼트가 있는 투수들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 거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으면 더 좋다. 그런 투수들을 영입 대상으로 봤다. 이상규는 140km대 중반을 던질 수 있고, 공 무브먼트가 좋다. 변화구로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지만 포크볼도 있다. 배민서도 체인지업이 좋다. 우리 팀에 부족한 사이드 유형으로 올해 군제대를 했다. 나이도 아직 어리다”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