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억 포수’ 양의지의 백업을 무려 6명이나 보유한 두산은 왜 2차 드래프트에서 또 한 명의 포수를 데려온 것일까.
두산 베어스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LG 포수 김기연을 지명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지명권을 패스하며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된 2차 드래프트에서 최종 1명을 데려왔다.
주전만 봤을 때 두산의 안방 전력은 리그 최강을 자랑한다. 2023시즌에 앞서 4+2년 최대 152억 원에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다시 품었기 때문. 양의지는 올해 129경기 타율 3할5리 17홈런 68타점 56득점 OPS .870으로 활약하며 팀 내 유일하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장기 슬럼프에 빠진 홈런타자 김재환을 대신해 4번타자를 맡아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수비 이닝은 NC 시절이었던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양의지는 지난해 부상 탓에 안방에서 736⅔이닝(리그 7위)밖에 소화하지 못했던 터.
이에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가 “양의지가 올해 주전 포수로서 850이닝 이상을 소화해야 두산이 우승을 다툴 수 있다”라고 강조했지만 올해 양의지의 수비 이닝은 773이닝으로 지난해와 같은 리그 7위였다. 체력 관리와 함께 8월 옆구리 부상을 당해 약 2주 동안 자리를 비웠고, 복귀 후 한동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구슬땀을 흘렸던 백업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제2의 포수로 낙점된 장승현이 안방에서 390⅓이닝을 소화하며 76경기 타율 1할5푼8리 3홈런 9타점 OPS .465의 부진에 시달린 게 컸다. 득점권 타율이 1할1푼1리에 그쳤다. 이로 인해 양의지가 부상이나 체력 변수로 빠질 경우 포수 포지션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장승현의 뒤를 이어 안승한이 80이닝, 박유연이 41⅓이닝을 소화했다.
2024년 FA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맞이하는 양의지의 나이는 37세다. 내년에도 타격, 수비 모두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그가 혼자 144경기를 담당하기엔 현실적,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그렇게 팀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두산의 백업 포수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장승현, 안승한, 윤준호, 박민준에 재활 중인 박유연, 장규빈을 더해 6명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내년 1군 엔트리에 포함될만한 포수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장승현, 안승한이 전부다. 타격이 강점인 박유연은 지난 9월 좌측 무릎 수술을 받았고, 군에서 돌아온 2020 1라운더 장규빈은 햄스트링이 좋지 못하다. 윤준호, 박민준은 이제 프로에서 1년을 보낸 신예.
두산은 이에 2차 드래프트 지명 포커스를 처음부터 포수로 설정했고, 1라운드에서 과감하게 LG 포수 김기연을 호명했다.
포수왕국에 포수를 더한 이유는 분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두산 김태룡 단장은 “양의지가 경기에서 빠지면 장승현이 너무 약했다. 백업 포수를 경쟁시키기 위해서 아예 포커스를 포수에 맞추고 이 곳에 왔다. 다른 포지션은 보지 않았다”라고 밝혔고, 두산 관계자는 “포수 포지션의 갈증을 많이 느꼈다. 양의지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데 장승현이 수비는 잘한 반면 공격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다”설명했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미완의 포수다. 입단 후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이며,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올해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두산 구단은 “김기연은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라며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김기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두산은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투수 이형범이 KIA, 외야수 송승환이 NC로 향하며 1명을 얻고 2명을 잃었다. 두산 관계자는 “송승환이라는 외야 유망주를 놓친 건 안타깝지만 보호선수 명단을 묶다보니 제외가 불가피했다. 두 선수의 밝은 앞날을 기원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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