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김강민(41)을 깜짝 지명했다. 추신수, 오승환과 함께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로 SSG에서만 23년을 몸담은 원클럽맨이 말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2차 드래프트 역대 최고령 이적 기록도 썼다.
한화는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한 결정을 내렸다.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가장 맨 마지막 순버에 뽑은 선수가 김강민이었다. 현역 연장과 은퇴 기로에 서있는 선수를 한화가 지명하자 원소속팀 SSG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SK에서 LG로 3라운드 지명을 받고 이적한 최동수의 40세를 넘어 역대 최고령 지명 선수가 됐다.
하지만 한화는 2차 드래프트를 준비하면서 김강민을 후순위에 지명하기로 프런트와 현장이 의견을 일찌감치 모았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 중인 최원호 한화 감독은 “2차 드래프트 명단을 받은 뒤 4~5라운드에 내외야 백업 자원으로 베테랑 선수들을 뽑기로 했다. 외야 경험이 많은 김강민은 우리 팀에 필요한 자원이었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19일 새 외국인 타자로 코너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를 영입했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중견수 테스트를 일단 해볼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코너 자리가 유력하다. 중견수 자리는 올해 주전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진영이 유력한 가운데 외야수로 포지션 확장을 노리는 2루수 정은원도 후보로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5월 중순부터 주전이 된 이진영은 아직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고, 정은원도 중견수로는 검증된 게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경험 많은 중견수가 필요했고, 김강민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카드였다.
최원호 감독은 “우리 팀 외야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이진영, 최인호, 김태연이 잘했지만 아직 상수로 보긴 어렵다. 이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이 있을 때 대체 자원들도 불투명하다. 김강민이 그런 부분에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김강민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 김강민과 인연은 없지만 우리 팀에서 정경배 수석코치와 박재상 주루코치가 SSG에서 함께했다. (올해까지 SSG 있었던) 정경배 코치에 따르면 몸 상태가 여전히 선수를 할 만하다고 하더라. 풀시즌은 못 뛰어도 백업으로 충분히 뛸 수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2년간 SSG 코치로 김강민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경배 한화 수석코치는 “최근까지 본 모습은 몸 상태도 크게 문제 없고, 우리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경기 외적으로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선수라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강민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최 감독은 “경쟁해서 더 잘하면 주전으로 쓸 수도 있다”며 “선수로서 경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전수하며 성장을 같이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한화에서 마지막 불꽃을 잘 태워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한화는 김강민에 앞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우완 투수 이상규(27), 3라운드 전체 13순위로 NC 사이드암 투수 배민서(24)를 각각 지명했다. 두 선수 모두 1군 활약은 별로 없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상규는 27경기(25⅔이닝) 2승1패2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1.75, 배민서는 21경기(19⅔이니) 5승2패 평균자책점 2.75의 성적을 냈다.
최 감독은 “내년 ABS(자동투구볼판정시스템)가 시작되는데 구속이 좋고, 공의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들, 거기에 변화구가 종으로 떨어지는 투수들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 이상규는 구속이 140km대 중반이 나오고, 변화구로는 슬라이더와 함께 종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좋다. 배민서도 체인지업이 좋고, 우리 팀에 부족한 사이드 유형이다. 나이도 아직 어리다”고 기대감을 표했다.향후 보직은 추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