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방황하던 포수는 어떻게 KBO리그의 58억 원의 가치를 지닌 클로저가 될 수 있었을까.
함덕주, 홍건희와 함께 이번 불펜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된 김재윤의 행선지는 원소속팀 KT가 아닌 삼성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2일 “FA 김재윤과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계약금 20억 원, 연봉 합계 28억 원, 인센티브 합계 10억 원 등 최대 58억 원이다.
김재윤은 사실 처음부터 투수가 아니었다. 휘문고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서 포수로 뛰었던 김재윤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특별 13순위로 입단해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으로 투수 글러브를 끼었다.
김재윤은 입단 2년차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막내 구단의 클로저를 맡아 경험과 세이브를 동시에 쌓았다. 팀의 암흑기 속에서도 꿋꿋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고, 2020년 데뷔 첫 20세이브에 이어 2021년 30세이브를 통해 개인 통산 1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2022년 개인 최다 세이브 경신(33세이브)과 함께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김재윤의 고공행진은 올해도 계속됐다. 59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안정감을 뽐내며 KT의 기적의 반등 주역으로 거듭났다. 한때 꼴찌까지 떨어졌던 팀 사정 상 각종 수치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SSG 서진용(42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고, WHIP(1.02)는 클로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통산 169세이브의 김재윤은 KBO 세이브 순위 단독 8위에 올라 있다. 현역으로는 삼성 오승환(400세이브), 한화 정우람(197세이브)에 이어 3위이며, 7위 진필중(191세이브)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포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신생팀 클로저가 KBO리그 대표 클로저들과 함께 언급되는 경지에 올라선 것.
결과적으로 8년 전 투수 전향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여기에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져 FA 계약이라는 열매를 맺게 됐다.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함과 훈련 태도,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9년 동안 막내 구단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온 결과 58억 원이라는 큰 보상을 받게 된 김재윤이다.
김재윤은 “명문 구단 삼성 라이온즈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진심을 느꼈다. KBO에 데뷔한 2015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팀이었다. 다시 한 번 왕조를 일으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며 “라이온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항상 봐왔다. 막상 내가 응원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라고 삼성맨이 된 소감을 전했다.
부임 후 첫 FA 계약에 나선 이종열 삼성 단장은 “FA 투수 중 가장 좋은 자원이라고 생각한 김재윤 선수를 영입했다.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불펜을 보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싶다”라며 “김재윤 선수의 영입으로 뒷문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흡족해했다.
한편 169세이브 마무리를 잃은 KT는 당장 내년 시즌 새로운 클로저를 구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강철 감독의 “(김)재윤이는 FA 계약할 때 세이브 개수가 의미가 없다. 구위만으로도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 김재윤은 우리의 프랜차이즈 스타라 우리가 잡겠죠”라는 바람이 이뤄지지 못했다.
2024시즌 KT의 마무리는 올해 홀드왕을 차지한 ‘제2의 오승환’ 박영현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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