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오지환(33)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LG 레전드 박용택(45)의 인정을 받았다.
LG는 올해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86승 2무 56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스윕을 해내고 올라온 KT를 4승 1패로 제압하고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적인 시즌의 중심에는 선수단 주장을 맡은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있었다. 오지환은 126경기 타율 2할6푼8리(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65득점 16도루 OPS .767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탄탄한 활약을 해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6득점 OPS 1.251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단일 한국시리즈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고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2009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LG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9년 입단 이후 한 번도 이적을 하지 않고 LG에서만 뛴 오지환에게 이번 우승은 의미가 크다. 그렇지만 오지환은 “나는 15년을 기다렸지만 팬분들은 29년을 기다렸다”라며 우승의 기쁨을 팬들에게 돌렸다.
오지환은 커리어 초반에는 수비에서의 잦은 실책과 기대에 못미치는 타격 성적 때문에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낸 오지환은 이제 리그에서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로 성장했고 한국 최고의 유격수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2020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LG에서 영구결번(등번호 33번) 된 박용택은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잠실구장을 방문해 LG의 우승을 지켜봤다. 박용택은 데뷔시즌인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고 이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98 신인 드래프트 2차우선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KBO리그 통산 2237경기 타율 3할8리(8139타수 2504안타) 213홈런 1192타점 1259득점 313도루 OPS .822를 기록했다. 현재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LG에서 가장 사랑을 받은 선수다.
오지환이 LG의 우승을 이끄는 것을 지켜본 박용택은 “당연히 오지환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너무 결정적인 활약을 해줬다. 스토리도 좋다. 참 야구는 모르겠다. 진짜 몇 년 전, 2018년에는 거의 국민 밉상, 국민 욕받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LG 트윈스 팬들의 마음속에 진짜 남는 선수는 어쩌면 이제는 김용수도 아니고, 이병규도 아니고, 박용택도 아니고 오지환이 첫 번째로 생각나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정말 대견한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용택이 언급한 김용수(등번호 41번), 이병규(등번호 9번), 박용택은 모두 LG 영구결번 선수들이다. 김용수는 통산 613경기(1831⅓이닝) 126승 89패 1홀드 227세이브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고 1990년과 1994년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병규는 1741경기 타율 3할1푼1리(6571타수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 147도루 OPS .818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벌써부터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에 이어서 LG의 4번째 영구결번 선수로 거론되고 있다. 통산 타격 성적은 1750경기 타율 2할6푼5리(5954타수 1579안타) 154홈런 807타점 945득점 256도루 OPS .764으로 앞선 이병규나 박용택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아직 현역으로 뛸 시즌이 많이 남아있고 수비가 중요한 유격수 포지션에서 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도 “예전에 에디슨 러셀이 한 말이 있다. 미국은 타구가 아무리 빨라도 시몬스 침대에서 오는 느낌인데 한국은 정말 어렵다고 했다. 타구 스피드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빠르지만 불규칙 바운드가 없다보니 더 쉬운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지환이형 수비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오지환의 수비를 인정했다.
LG가 염원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오지환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앞으로 LG 왕조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지환은 남은 커리어에서 또 다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고 잠실구장에 자신의 등번호 10번을 남길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