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은원이가 잘할 것 같은데…”
한화 내야수 정은원(23)은 시즌 막판 군입대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시기가 애매했다. 지금 국군체육부대 상무야구단에 입대 지원을 하면 2025년까지 사실상 2시즌 동안 1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여러 고민 끝에 정은원은 군입대를 1년 더 미루기로 결정하고 마무리캠프를 위해 일본 미야자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은원은 올 시즌 122경기 타율 2할2푼2리(388타수 86안타) 2홈런 30타점 62볼넷 73삼진 출루율 .333 장타율 .268 OPS .601로 2018년 프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선구안은 살아있어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1푼 이상 높았지만 전반적인 타격이 무너졌다. 2루 수비마저 안정성이 떨어졌다.
결국 시즌 후반에는 재조정을 이유로 사실상 첫 2군행 통보를 받았고, 신인 문현빈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내줬다. 신인 때부터 1군 선수로 자리잡아 이듬해 주전으로 뛰어올랐고, 2021년 순수 한화 2루수 최초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승승장구한 정은원의 야구 인생에 있어 첫 시련의 시간이었다.
딱 1년 못한 건데 상황이 그에게 가혹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현빈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2루 자리를 위협하는 중에 거물 FA까지 왔다. 한화는 지난 20일 FA 최대어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최대 72억원 조건으로 영입했다. 안치홍도 주 포지션이 2루수로 정은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한화는 마무리캠프 기간 정은원을 중견수로 테스트하며 외야 겸업도 준비하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정은원을 주목하고 있다. 최 감독은 “은원이가 마무리캠프에서 많이 좋아졌다. 타격도 그렇고, 센터 테스트를 했는데 생각보다 잘 따라간다는 게 코치들 평가”라며 “안치홍이 온 만큼 은원이도 외야 준비를 해야 한다. 내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계속 준비하면서 외야로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정은원이 2루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인다면 주전 2루수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안치홍이 1루도 가능하고, 채은성과 지명타자 자리를 번갈아가며 기용될 수 있다. 올해 내외야 유틸리티로 뛴 문현빈이 중견수로 고정되면 정은원을 활용할 자리가 생긴다. 다만 그가 이전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그림이다. 그동안 계속 내야수로 뛰어 외야 적응을 거쳐야 한다. 적응을 해도 중견수 자리는 올해 스텝업한 이진영이 주전으로 우선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여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정은원의 내년 시즌 반등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최 감독은 “은원이가 내년에 잘 칠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이 ABS(자동투구볼판정시스템)로 바뀌는 만큼 좌우 폭이 좁아진다. 그러면 은원이 같은 선구안 좋은 타자들이 유리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정은원은 2021년 21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100볼넷(105개) 시즌을 보낼 정도로 공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화 입장에서 정은원은 어떻게든 살려써야 하는 선수다. 아직 나이가 23살밖에 안 됐고, 어떤 선수든 1~2년은 부진한 기간이 있을 수 있다. 한화 자체 육성으로 키운 팀 내 간판 중 한 명으로 스타성이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정은원 본인도 묵묵히 반등을 준비한다. 내년 시즌 전까지 언론 인터뷰뿐만 아니라 구단 방송 출연을 고사하며 야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내년에 반등하고 나서 당당하게 나서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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